전편에서 일본 최고수와의 대결로 자존심을 지킨 뒤 총상을 입고 홍콩으로 옮겨 간 엽문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무도관을 열지만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경찰에 채포됩니다. 보석으로 풀려난 엽문은 정식으로 무도관을 열기 위해 모든 문파와 원탁의 대결을 하게 됩니다. 그 무렵 홍콩을 점령한 영국인들은 유색인종이라 무시하고 그들에게 상납을 강요합니다. 그런 악행에 무도인들의 인내심도 한계가 오고 결국 이들의 갈등은 대결로 이어집니다.
2008년 <엽문> 개봉 후 흥행 성공에 힘입어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또 다른 이야기인 <엽문 2>가 개봉합니다. 이소룡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고수인 엽문에 또 다른 이야기는 전편에 비해 달라진 각도에서 그를 바라보지만 절대 고수의 무공은 전편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해지고 화끈한 볼거리를 주고 있습니다. 이연걸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견자단은 <엽문>을 통해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하고 정통 무술의 최고 위치를 다져가며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무술 감독까지 맡은 홍금보는 동시대의 액션 배우인 성룡이 건재한 것처럼 여전히 녹슬지 않은 무술 실력과 몸놀림을 보이며 전편보다 강해진 액션과 감동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속편이 전편만 못한 상황에서 이번 작품이 던진 승부수는 무엇일까요?
"인간적인 모습"
한때 스티븐 시걸 영화에서 절대 맞지 않던 시걸이 <글리머 맨>에서 처음으로 쌍코피를 보았을 때 느꼈던 신선함처럼 이번 작품도 상대에 공격을 허용해 무너지는 엽문의 모습은 도리어 인간적인 맛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제자를 사랑해 궁핍한 삶 속에서도 희생하고 곤경에 처한 옛 친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따듯한 감성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특히 그가 무척이나 가정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인 대결 이후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이라는 질문에 "집에 가고 싶다"라는 대답은 실제 그의 가정적인 성품을 잘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족의 자존심과 억눌림에 분연히 일어서는 대범하고 강직한 모습과 함께 아내와 가족을 사랑하고 제자를 아끼던 우리와 다를바 없는 인간적인 모습은 전작에 비해 현실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친근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1편이 성공하면 대부분 다음 작품은 스토리가 빈약한 약점을 더 강해진 주인공의 모습으로 만회하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속편은 도리어 약한 면을 보이며 예상을 벗어난 괘적을 그립니다.
"영춘권"
<엽문 2>는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해 최단 시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가공할 무술인 영춘권으로 무너진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다시 일으키는 큰 이야기 흐름을 이어가면서 다른 무도 관장과의 대결 구도, 즉 동족간의 대결 구도와 외부 세력의 대결 구도라는 양립 구도 형식으로 스토리를 풀어갑니다. 무도 관장과의 대결은 원탁 위에서 향이 타기 전까지 버텨야 하는 공간과 시간적 제약을 둔 대결이 흥미롭고, 외부 세력과의 대결은 도망칠 곳 없는 사각의 링 안에서 목숨을 건 사투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1편과 달리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상대와의 대결은 전편과의 차별성을 두는데요... 이점 또한 정통 액션을 기다려 온 관객들에게 더 많은 액션을 선보임으로써 가산점을 받게 됩니다.
"서양권과 동양 무예 시합"
홍콩에서 무도관을 내기 위해 고수들과 원탁 시합을 벌인 엽문은 한때 원탁에서 대결하였지만 서양권 앞에서 비극적 결말을 맞은 홍사부의 복수로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점령군인 일본에 항거해 목숨을 걸고 싸운 엽문은 또 한번 자신의 목숨을 건 건왕과 대결을 벌이게 되죠. 죽을지도 모른다는 순간에도 무도인의 자존심을 위해 로프를 놓치 않았던 홍사부의 모습이나 그를 위해 분노의 주먹을 움켜 쥐고 분연히 일어선 엽문은 진한 감동을 선사하며 그를 통해 말하려는 것이 무술의 우월함이 아닌 '인격에는 귀천이 없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진한 감동을 담겨 있습니다. 그 감동은 마치 <록키>가 1편에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 "애드리안"을 울부짖을 때와 유사한 장면 속에 잔잔한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단순히 액션만이 아닌 진한 감동이 섞인 정통 액션이 <엽문 2>의 가장 큰 차별화인 것입니다.
"정통 액션"
과학의 발달로 최근 영화의 영상은 누가 더 가상을 진짜처럼 보이는가를 대결하는 양상입니다.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방대한 CG를 통해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영상으로 놀라움을 주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보면 <엽문>은 오히려 흐름에 역행하는 영화입니다. 오래된 무술인 쿵후를 통해 맨몸 대결을 보여주기에 신선할 것도 없고 그리 놀라움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대결을 벌이는 순간에서 옛날 성룔이나 이소룡 그리고 이연걸이 보며 느꼈던 감동과 재미를 떠 올리게 되기에 오히려 역설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정통 액션이 주는 재미가 자국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려져 그 감동은 배가되기에 화려한 CG의 영상으로 가득찬 요즘 영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매력을 맛보게 됩니다. 이연걸의 <황비홍>이 그런 틈새를 잘 살렸지만 이후 뜸했던 공백을 이제 <엽문>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만든 이번 작품의 결과는 분명 그의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게 만들고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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