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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감상입니다. 싸인
grovenor 2002-08-22 오후 5:12:45 1979   [5]
<싸인>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싸인의 주요 내용 포함)







1.
나이트 샤말란은 미션 스쿨 출신의 힌두교도라고 한다. 무슨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을 믿는 사람이고, 그의 유신론적 가치관은 영화에 강하게 드러난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많은 유령 이야기는 뭘까? 그 많은 초능력 이야기는 뭘까? 외계인을 봤다는 수많은 사람의 증언이 다 거짓이란 말인가? 샤말란의 영화는 모두 이런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2.
<식스 센스>도 그랬고 <언브레이커블>도 그랬지만, <싸인>은 고전적인 헐리웃 영화의 미장센을 그대로 차용한 영화다. 시점, 컷의 사용, 프레임 구성, 모두 고전 헐리웃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히치콕인데, 그가 흔히 쓰는 모든 트릭이 샤말란의 영화에서 반복되고 있으며 <싸인> 역시 그렇다. 아닌게 아니라 마지막에 지하실 전등이 깨지는 장면처럼 오마쥬로 보이는 장면 또한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3.
히치콕을 중심으로 한 고전스타일이 샤말란 영화를 이루는 하나의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장르 규칙이다. 특히 <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르 규칙을 정교하게 조합해놓은 영화다. 관객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요소 중 샤말란이 새로 개발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스토리 부터 옛날 SF 영화의 외계인 침략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고 (영화 내용은 '인디펜던스 데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흔들리는 차임벨, 커튼 밖으로 언뜻 지나가는 그림자, 낯선 사람이 두들기는 문, 불안하게 불어오는 바람 등 모든 요소가 공포 영화의 규칙을 그대로 따라간다.




4.
고전 헐리웃 스타일, 장르 규칙. 이 두 가지가 샤말란이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현존하는 헐리웃 감독 중에 그처럼 고전 스타일에 충실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 스타일이 유행도 아니고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문법도 아닌 이상, 샤말란 같은 스타일의 감독이 매 작품마다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 낸다는 사실은 참 뜻밖이다. 게다가 영화의 트릭도 기존 공포 영화의 트릭을 그대로 따라간 것임을 더해보면 그의 성공은 가히 불가사의하다. 흔히 샤말란은 <식스 센스>이후 별다른 성공을 보여주지 못한 감독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이다. <식스 센스>의 성공이후 그는 두 편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확실히 했고 자신의 능력을 더 단단하게 증명해 보였다. 우리는 그가 깜짝쇼로 운좋게 명성을 얻은 장인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이제는 그가 단단한 바탕의 작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건 그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고전 헐리웃 스타일, 장르 규칙, 둘 다 누구든지 쉽게 카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말란이 돋보이는 것은 그의 테크닉이 너무나 정교하고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규칙과 트릭에 대한 이해 역시 뛰어나다. <싸인>은 '나이트 샤말란의 발견'이다.




5.
<싸인>은 정교한 영화다. 공포나 스릴 뿐만 아니라 그가 구축하는 드라마 역시 정교하게 계획한 방법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다. 그의 영화가 믿을 수 없을만큼 정교한 구조를 (꼭 스토리에 국한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가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가 상당히 논리적인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논리적인 성격의 그에겐, 한편으로는 유신론자인 그에겐, 어째서 세상에 신의 뜻과 어긋나는 현상으로 가득한지가 의문이었을 것이다. 그 많은 유령 이야기는 뭘까, 어째서 초능력이 있다는 사람이 심심지 않게 나타나는가, 외계인을 봤다는 그 많은 증언은 다 거짓이란 말인가. 그가 만든 세 편의 영화는 그 질문을 파고 들어간 영화다. <식스 센스>와 <언브레이커블>에서는 이런 현상의 중심에 주인공을 넣고 직접적으로 질문하며 (그래서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고, 수퍼맨인 것이다) <싸인>도 마찬가지로 갈등의 중심에 인물을 넣고 그의 행보를 관객이 지켜보게 한다. 어찌보면 이 세편의 영화가 '삼부작'이 아니었나 한다. 샤말란이 매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질문과 답변을 확장해나갔기 때문이다. <식스 센스>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긍정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했고, <언브레이커블>의 주인공이 스스로를 긍정함과 동시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사람임을 깨달음으로서 그 문제를 해결했다면, <싸인>은 그의 질문에 '그것이 신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방법'이라는 해답을 던지는 것으로 주인공과 주인공의 신앙과 세상의 부조화를 일치시켰다. 샤말란의 세 편의 영화는 장르 규칙을 비틀어서 만든 깜짝 쇼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개인적이고 고백적인 영화인 것이다.




6.
앞으로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들지 모르겠다. 만약 샤말란이 앞으로도 신의 논리에 어긋나는 미스테리를 계속 파고들게 된다면…… 장르의 규칙이 존재할만큼 익숙하면서도 유신론적 세계관과 마찰을 일으킬만큼 미스테리한 것이어야 한다. 유령, 초능력, 외계인, 이 세가지는 잘 맞아 떨어졌는데, 이것 말고도 또 뭐가 있을까…… 뱀파이어? 폴더가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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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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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2002, Sig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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