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영화에 데이빗 베컴이 나오느냐 안나오느냐?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베컴의 출연여부와 상관없이 아주 신나고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마치 제스(주인공)이 아닌 내가 축구공을 뻥뻥 시원하게 날리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제스는 18세의 소녀. 보통 18세의 소년 또는 소녀라고 하면 달려나갈 앞날이 시원스레 뻗어있는 느낌을 주지만, 제스는 그다지 시원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다. 자신이 너무도 좋아하는 축구를 집안에서 반대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제스가 얌전히 요리와 집안일을 배워 시집가기를 바라시지, 맨살 훤히 내놓고 선머슴애처럼 운동장을 뛰어 다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꼭 인도인 가정이라는 설정을 하지 않더라도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한번 쯤은 경험해보는, 성별차별의 선입견이다. 어떻게든 축구를 계속하려고 하는 제스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아픈 가슴을 안아야 하지만, 베컴의 멋진 슛처럼 그녀는 멋지게 그 장벽을 넘어간다. 부모님께 상처도 입히지 않고 서로 이해하며 더욱 단단한 가족의 고리를 확인하게 된다.
너무 달콤한 십대영화같이 들린다고? 천만에. 비록 해피엔딩이지만 그 해피엔딩을 이끌어내기까지 제스가 흘리는 눈물은 영화를 100% 현실적으로 만든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쉽사리 흔한 십대영화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많은 요소들이 담겨져 있는 수작(秀作)이다. 데뷰작인 "Bhaji on the Beach"에서도 그렇듯이 감독인 거린더 차다는 영국이라는 백인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는 이민자들의 초상을 이 영화에서도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결말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인도 영화(맛살라 영화)의 전통을 따르는 것일까? 어쨌거나 "슈팅 라이크 베컴"은 즐겁다. 신난다. 그리고 보고 나면 행복하다. 여러분도 "슈팅 라이크 베컴"을 보고 가슴 가득히 행복을 나눠가지고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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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보고 행복했습니다.
2002-08-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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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라이크 베컴(2002, Bend It Like Beckham)
제작사 : Helkon Media AG, Film Council, Kintop Pictures, Road Movies Filmproduktion, BSkyB, British Screen, Roc Media, Works and Future Film Financing, Bend It Films / 배급사 : (주) 씨네월드
수입사 : 디지털네가, (주)동숭아트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