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라 불리는 미취업자들의 천국 대한민국.
그 곳에서 취직하기위해 지방을 올라와서 반지하 단칸방을 살고있는 그녀 세진(정유미).
그녀 바로 옆집에 사는 깡패같지않은 깡패 동철(박중훈).
그 둘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과 화학반응의 중간쯤인 삶과 연애이야기는,
그 어느 영화보다도 많은 일반관객들의 가슴과 공감을 훔쳐냈을 듯 하다.
그 누구보다도 번듯한 외모와 4년우수 장학금경력과 해당직종에 대한 빠삭한 지식을 가졌음에도,
단지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면접에서 질문조차 받지 못하는 그녀 세진.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힘든 경제위기 속에서 바늘구멍의 취업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해온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면,
이 웃지못할 영화 속 이야기에 공감과 눈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철이가 말한다. "야, 우리나라 백수들은 참 착해. 프랑스에서는 자기 취업 안시켜준다고
데모하며 깽판치는데, 우리나라 애들은 자기 능력이 부족하고 지가 못난 줄 알고 한탄을 해요.
야, 울지마. 니가 못나서 그런거 아니니까. 대한민국이 x같은거지 뭐."
정말 속시원한 말이었다. 그 아무리 고스펙을 쌓더라도, 자기잘못인줄만 아는 불쌍하고 착한 대한민국 청년들.
못배우고 고등학교조차 제대로 나오지못한 그가, 밥 먹으면서도 교육방송을 괜히 쳐다보는 그가,
날려준 말은, 세진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 경제, 수많은 미취업생들에게 희망과 경고와 자각을
깨우쳐준 말이었다. 대학교를 못 나왔어도, 그 누가봐도 잘못된 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동철이도 아는데,
대학교까지 나온 고스펙의 우리 청년들은 수많은 좌절 속에서 그 자각마저 놓쳐버렸다.
이러한 부분이 88만원 세대의 이야기의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면,
정 반대점에 있는 '동철이'의 이야기는, 영화적인 재미와 또 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찌보면 정말 밑바닥의 삶을 살고있는 동철.
보스를 대신해 감방까지 갔다왔지만, 사실 정많고 본성은 착한 그이다.
감방을 갔다오면 자신을 보살펴주겠다는 허무한 약속을 믿고, 오로지 '가오'만으로 사는 그이지만,
정작 그에게 가진 것이라곤 없다. 세진이를 보면서 삶의 희망과 꿈이란 걸 가졌기 때문일까?
그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살짝 가져보지만, 역시 그 세계에서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꿈이다.
이 영화의 중점은 바로 이 '동철', 박중훈의 연기에 있다.
<해운대>에서의 박사 역이 정말 미스캐스팅이었다는 말을 듣고서인지,
이번에는 정말 '동철' 그 자체인 캐릭터를 맡고, 동철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웃음과 삶과 허세와 남자와 밑바닥을 모두 날 것으로 보여준 동철.
박중훈을 다시 보게 하는 연기였다는 점에서 솔직히 남우주연상 주고싶다.
<내 깡패 같은 애인>, 왜 정말 깡패인데도 깡패 '같은' 애인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깡패는 맞지만, 왠지 깡패같지 않은 동철...
그의 심성을 일찍 눈치채서일까? 세진이는 이 깡패같지않은 진짜 깡패애인을 두고
이러한 표현을 썼다.
이 영화는 삶의 밑바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것들을 가지고
삶의 진한 페이소스적인 공감대와 눈물과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것이야말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그런 영화다. 보면 후회하지않을 근래 가장 잘 나온 한국영화가 아닐까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