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맨>은 '내면의 상실감'을 그린 영화다.
오프닝씬부터 16년을 같이 산 애인을 잃은 주인공 '조지'의 물 속을 가라앉는듯한 깊은 마음의 심연을 보여준다.
살아있어도 사는 것 같지 않고, 깊은 물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느낌, 차라리 이런게 앞으로의 삶이라면
죽는게 낫겠다 싶은 삶.... 그러한 내면적 '상실감'을 영화는 길게 다룬다.
그리고, 조지는 죽음으로 향하기위한 준비를 하나둘씩 해나간다.
영화는 짧지만, 길게 느껴지고, 예술영화처럼 느껴질만큼 깊은 '내면적 어두움과 고통'을 영상으로 그려낸다.
허우적대고,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가고, 그 누가보더라도 그의 얼굴에는 좋지않은 기운이 보인다.
'상실감'이란 동성애자이든 이성애자이든 성별에 관계없이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최악의 감정이다.
주인공 조지는 그것을 '연인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겪게됐을 뿐이다.
또한, 영화는 1960년대 쿠바의 미국침공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두려움', 그 당시 미국인들은 쿠바가 자기나라를 침공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차있었다.
하지만, 교수인 조지는 '두려움'이란 사회와 언론이 만들어내는 광고상품과도 같다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굳이 살 필요가 없는 물건을 사게끔 하는 그러한 광고...
그 당시적 배경으로는 '동성애'도 일종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조지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소수자에 대한 언급을 하지만 투명인간과 같은 대접을 받는게 현실이라고 한다.
은연 중에 그는 그러한 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동성연인을 잃은 조지에겐 두려울 것이 없다. 그는 차근차근 죽음을 향해 나아가지만..
자기를 쫓아다니는 학생 '케니(니콜라스 홀트)'를 통해 삶의 새로운 희망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예정된 비극적 삶의 결말은 어떻게든지 찾아오게 마련이다...
영화는 '싱글맨'이 된 그를 통해서 '삶의 상실감', '두려움', '회복'의 심리를 내면적으로 깊게 다룬다.
결국 사람으로 인해 맺은 관계와 그에 대한 파괴, 그리고 상처...
이러한 과정은 또한 '(새로운)사람'으로 인해 회복되기 마련이다.
남자든 여자든 동성애자이든 이성애자이든 '사람'이라면, 사회적 '관계'를 맺고살아가는 동물이라면
그 점에 대해서는 공감할 듯 싶다. 그 점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얘기를 일일히 배우의 입을 통해 내뱉어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가 힘들어할 때 깊은 물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이 허우적대는 괴로움의 장면을 보여주고,
느린 슬로모션을 통해 1초가 딱딱 흘러가는 느림의 미학도 보여준다.
마치 주인공 '조지'의 내면을 보는 것과 같이 영화도 느리고 깊고 무겁게 흘러간다..
이 영화는 톰 포드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솜씨대로 1960년대의 분위기를 그만의 스타일대로 그려냈다.
영화의 세트와 의상, 그 시대를 재현한 영상들은 충분히 그다웠다.
선율을 오가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들도 같은 선상이다.
톰 포드 감독의 <싱글맨> 또한 여러 면에서 데뷔작치고는 꽤 준수하게 만들어냈다고 생각된다.
그의 능력을 만반으로 펼치기엔 더할나위없는 소재와 배경의 영화였다. 다만, 예술영화적 느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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