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적이고 전형적인 영화의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불러일으킨 패착이다. 이야기 자체가 거대하기도 하거니와 그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작위스러움을 넘어 오바로 내달리는 각각의 설정 탓이다. 거짓말이 더욱 큰 거짓말을 야기하듯 오바는 더 큰 오바를 불러들이기 마련이다. 이들을 갈라놓고야 말겠다는 가히 ‘운명적’으로 폭압적인 주변 환경이 대표적인 경우다. ‘산 넘어 산’의 장애물을 비약적으로 다룰 수록 상황은 더욱 비극적으로 보일 거 같지만, 막판에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옥상 신이 말해주듯 이러한 부풀려진 상황이 초래하는 말로는 우울하다.
풋풋한 청춘배우가 아닌 조재현과 김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 역시 명확하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에 휘말린 비극적 인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이들이 제격이다.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들어갈 만큼 단단한 캐릭터의 이력으로 구축된 조재현과 김지수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울림이 크다. 굳이 정도를 벗어나 울고불고 안 해도 된다. 그래서 조재현과 김지수는 절제된 혹은 역할을 넘어서는 과장됨을 보여주지 않는다. 천만다행이다. 이들마저 오바했다면 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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