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베스트셀러 '여고생 유괴 사육사건'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후 4편의 속편을 양산하며 나름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시리즈의 원조격으로, 사랑의 실패만을 거듭 겪은 중년의 남자가 순결한 소녀를 길들이다가 진정한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영화는 참으로 미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또한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인 성적 판타지를 건드리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43세의 중년 남자 '이와조노'가 집근처 공원에서 조깅을 하던 18세 여고생 '구니코'를 납치해 자신의 집에 가두고 그녀에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이와조노'는 '구니코'에게 이야기한다. 완전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도대체 완전한 사랑이란 것이 무엇일까? 아니,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이와조노'란 남자가 꿈꾸는 완전한 사랑... 늘 사랑에 상처를 받기만 했던 그에게 완전한 사랑이라함은 자신의 삶의 완성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구니코'와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는 '이와조노'와 '구니코'의 관계는 서로 적대적이다. 하지만 서서히 '구니코'는 '이와조노'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자신이 해달라는 것은 다해주는 그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순한 납치일거라 생각하고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만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의 몸에 있던 제재는 하나, 둘 풀리기 시작하고 그녀는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인 '완전한 사육'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이와조노'가 '구니코'를 사육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지만, 나중에는 누가 누구를 사육하는지 모르게 된다. 처음에는 완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란 것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구니코'는 자신을 납치했다는 죄목으로 '이와조노'가 체포되자 그녀는 그와의 관계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전 납치당한 게 아니에요. 즐겁게 동거했어요. 제가 존경하는 분이기 때문에 기쁘게 섹스했어요."; 이 영화는 초반부와 후반부가 상당히 다게 묘사되어 있다. 영화 속 후반부는 '이와조노'와 '구니코'의 성적인 관계가 주로 묘사되어 있는데, '구니코' 역을 맡은 '코지마 히지리'의 농익은 육체가 보는 이들을 자극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다카나카 나오토'가 '이와조노' 역을 맡아 '구니코'와의 위험한 사랑을 연기한다. 그리고 조연으로 출연하는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에 있어서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남성 중심의 성적 판타지 영화로 초반에는 그 미묘한 줄타기를 잘 이끌어 나가지만 어느 순간 판타지는 현실로 깨어지고 '코지마 하지리'의 농익은 육체만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미묘하게 결말을 맺고 있는데, 그런 결말이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들간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지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한 이 영화 속에서 '이와조노'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인정하며 그녀와의 관계 일체를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무기징역이라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한때 유행했던 베스트셀러 '실락원'의 결말을 생각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완전한 사랑... 그것을 삶의 마지막 추억으로 남기고 깨끗하게 떠나고 싶다는...
영화는 성적 판타지 영화로서 출발을 하지만 결과는 그런 판타지를 깨어 버린다. 마치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이라는 듯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현실은 어떤 면에서 참 암울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또한 그 밑바탕에도 판타지는 깔려있다. 근본적으로 현실과 판타지는 서로 완벽하게 동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튼 영화는 남성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보니, 여성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여성을 사육해 길들인다는 내용은... 분명 여성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길들인 것인지... 여성이 남성을 길들인 것인지... 영화 속 엔딩은 그렇게 모호한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나름대로 유쾌하면서도 또한 씁쓸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입장에서 이 영화는 색다른 영화란 사실임에는 분명하다. 개성파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 속 두 주인공 '코지마 하지리'와 '다케나카 나오토'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그들의 연기를 조금은 위험하게 표현하고 있다.
너무나 급박한 변화와 상황 전개는 관객들이 그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흐름이란 것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기도 했지만, 보는 이들이 이들의 관계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 있어 중요한 사건들도 없이 너무나 빠르게 관계가 전환되면서 이 작품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3류 포르노 영화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 그 문제가 있다. 두 주연 배우의 입장에서 좀 더 그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약간의 시간을 더 두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조금은 아쉽지만 이 영화는 분명 내게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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