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개봉할 때, 아니, 개봉하기 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 영화가 올 해 나온 블록버스터 중에서 가장 심각한 폭탄이자 재미없고 망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다고 했었는데 글쎄요... 저는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그래도 박물관이 살아있다 2편이 있잖아요.) 비주얼만 믿고 내세우고 개념도 없고 초점과 중심도 없이 때려 부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어디 한 둘 이었나요? 올해만 봐도 신나게 때려부수기만 했던 트랜스포머 2가 있었고 예전에도 그런 종류의 블록버스터는 엄청나게 많았죠.
그런 종류의 영화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특수효과는 거의 죽여주고 어느 정도 재미는 있잖아요. 근데 지 아이 조는 아닙니다. 올 해의 폭탄까지는 아니지만, 이 영화, 재미 면에서도 약간 실망스러웠던 트랜스포머 2보다 더 심각합니다. 이전의 스티븐 소머즈 영화를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스토리 병맛에 눈 돌아가게 하려고 애쓰는 액션만 정신없이 이어지니까(영화 길이의 한 40%는 넘는 것 같습니다.) 이보다 더 지루하고 무뇌영화였던 중세 시대 배경의 졸작 반 헬싱과 비슷한 수준의 현대극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나을 거 같습니다.
애시당초에 스토리 따위는 기대도 안하고 봤습니다. 그런데도 정말이지 욕하고 싶은 정도로 처참하고 말도 안 됩니다. 죽었다는 사람이 고스란히 적진에 살아있고 속편을 만들기 위해 터무니없는 설정들이 남발하죠. 결말에 가서는 코 웃음만 가득합니다
스토리가 이런데 캐릭터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누가 착한 쪽이고 나쁜 쪽인지 분명하게 나누어두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실소만 나옵니다. 그나마 가장 나았던 것은 코브라 쪽에 있는 스톰 쉐도우였습니다. 어설픈 설정으로 인해 선에서 악으로, 악에서 선으로 넘어갔던 배로니스에 비해 스톰 쉐도우는 그나마 좋은 편에 속합니다. 그것을 연기했던 이병현의 연기도 상당히 좋았고요.
근데 이런 건 중요하지도 않아요. 결국 이 영화는 오락을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거에 충실한지, 아니면 먹히는지 정도만 보면 될 텐데, 이 영화는 엄청난 볼거리와 특수 효과, 비주얼을 보여주면서도 전혀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특수효과는 좋았던 트랜스포머 2처럼 이 영화도 이집트, 파리, 남극 등 많은 곳을 다니면서 많은 특수효과와 볼거리를 보여주는데, 트랜스포머 2처럼 정교하고 대단한 특수효과나 비주얼은 거의 없습니다. CG티가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납니다. 마지막 남극에서는 어이가 없더군요. 다행스럽게도 파리에서의 추격전 하나는 건졌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정신없이 많이 부수는데 그게 뭐 특별히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주된 느낌은 걱정입니다. 분명히 제작사에서는 이 영화가 트랜스포머만큼의 흥행을 기록하길 원했을 겁니다. 이 영화도 결국 시리즈로 갈 가능성이 99%였는데, 생각만큼의 흥행이 나오질 않고, 평론가 평에 관계없이 볼 사람들은 다 보겠지 하고 언론 시사도 안했지만 관객 평도 처참하고, 시사회를 안 해도 보겠다는 평론가들도 보고 나서 트랜스포머 2만큼이 처참하게 혹평하고 있구요. 게다가 이게 속편이 나온다면 이거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엄청난데 이를 어찌합니까. 이병헌은 좋지만 그거 하나 괜찮다고 계속해서 하나당 2억 달러씩 들여 시리즈물로 만들게 된다면, 그건 분명히 배우의 역량의 낭비와 제작비의 낭비라고 여겨집니다.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지만 나와서 이거보다 더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