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이야기는 상당히 익숙합니다. 6명의 여자들이 동굴로 모험을 떠납니다. 그런데 동굴에 들어가서야 6명 모두가 이 동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동굴이고 심지어 지도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죠. 게다가 이 동굴에는 골룸처럼 생긴 괴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의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공포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이야기가 익숙한가 아닌가가 아닙니다. 익숙한 이야기에서도 걸작이 나올 수 있고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멍청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장르가 바로 공포 영화입니다. 공포 영화에서 좋고 안 좋고의 차이는 감독의 연출력에 달린 거라고 봅니다.
최근에 나온 무의식적인 공포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의 구조는 걸작 공포 영화들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전반부에 배경과 인물에 대해 나오면서 스릴과 서스펜스를 쌓아놓고 중간을 넘어서서 터트려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는 살아있습니다. 다만 전반부에 설명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 빼고요. 1년 전 남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사라와 책임감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리더인 주노에 대한 이야기만 조금 나머지는 거의 겉절이 같이 다루죠. 그렇지만 동굴에 들어가고 난 후에 극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배신이나 복수와 같은 이야기들은 잘 짜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중반 이후부터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공포와 잘 묶여있어 공포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인물 변화 같은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습니다.
이야기도 강하지만 공포 영화로서 이 영화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초반에 스릴을 가득 쌓아놓은 후 후반부에서는 거침없이 터뜨립니다. 분명히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공포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릴과 서스펜스가 상당한 잔혹함과 함께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그 괴물이 어둠 속에서 소리만으로 먹잇감을 찾아낸다는 설정이 익숙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익숙한 설정으로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정말이지 소름이 엄청나게 돋더군요.
그래도 전 모든 이들이 이 영화를 좋아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전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지고 지나칠 정도로 잔인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저에게는 1980년에 나왔던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이후의 공포 영화 중 가장 무섭고 효과적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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