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준익감독..
이 사람을 칭찬하고 싶다. 역시 대단하다.
예전에 이 감독은 뭔가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리뷰를 쓴적이 있는데,
역시 한 가닥하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대표감독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감독이다.
이 영화의 제목부터 알아보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달인란, 꿈을 상징한다. 보통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데, 장차 바라는 원대한 소원을 달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름은? 이따금씩 구름은 달을 가린다. 그러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야 만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야 마는 헛된 꿈이 바로 구름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꿈이다. 우리에게 정녕 꿈이 있는가? 꿈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참된 꿈인가?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가? 가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세지다.
이몽학의 꿈은 구름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전력을 다해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꿈 끝에서 만난 것은 상실과 공허함 뿐이다. 이몽학의 달 즉, 진정한 꿈은 사랑하는 여인 백지와 함께 하는 것인데, 뒤늦게야 깨닫는다. 백지는 이몽학에게 다그친다 "겨우 여기까지 오려고 나를 떠났는가"라고.. 이 대사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에서 철없는 남편을 찾아 전쟁터까지 찾아온 아내의 심정과 일치한다. 철 모르던 남편은 전쟁터까지 찾아온 아내에게 그제야 무릎을 꿇고 마는데, 이몽학은 죽을 때가 되서야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백지는 이몽학에게 "꿈에서 만나요"라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녀가 제시한 절망적인 현실의 돌파구는 비현실적 꿈일 뿐이라는 것이 마음을 더 애잔하게 만든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서 문제제기는 분명했으나,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고작 꿈이라는 비현실이라는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절망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을 가만하면 이해됨직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몽학이 꾸는 꿈이 앞을 내다보지 못한 허상이라는 지적은 그 자체로서 희망을 제시한다. 그것도 앞 못보는 봉사 그것을 간파해내는 모습이 재미있다. 우리는 눈이 있지만 사실 못보는 것이 많은 존재다. 허상에 사로잡힌 이몽학은 사실 봉사나 다름 없는 것이다. 허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꿈을 가져야 한다는 메세지가 바로 이준익 감독이 제시하고 있는 진정한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자신에게 꿈이 없다는 사실에 통곡하는 세도가의 서자 '견자'의 눈물은 사람에게 꿈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슬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꿈은 내가 살아가야할 이유이며, 방향이며, 에너지다. 그것 없이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절망적인가. 그럼 우리는 무엇을 꿈꾸어야만 하는가. 영화속을 벗어나 우리에게 이 질문이 던져진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대답할 것인가. 그 꿈은 달인가? 아니면 구름인가?
영화에서는 왜적이 쳐들어오는데, 내부적으로 동인과 서인이 다투고, 왜적을 막고자 결성된 집단이 부산에 쳐들어온 왜적을 막지 않고, 왕권을 찬탈하기 위해 한양으로 입성한다. 오늘날의 이 나라는 어떠한가.. 일본, 북한 등의 위협적 상황이 오가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좌우파가 대립하고 있다. 혹자는 폭력적 혁명을 선동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현대판 이몽학이다. 그에게 봉사 '황정학'이 말한다. "우리가 꾸는 대동세상이 있기나 한가?" 그렇게 반대파를 다 죽이는 혁명을 일으켜서 만들려는 세상이 대체 무엇인가? 그 꿈은 달인가? 아니면 구름인가?
실날같이 지나가지만, 희망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사실 이몽학을 사랑하는 여인 '백지'와 이몽학을 죽이려는 '견자'는 서로에게 원수다. 백지는 견자로부터 이몽학을 지켜야만 하고, 견자는 이몽학과 백지를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자는 백지를 어려움에서 구하고, 백지도 견자를 죽을 위험에서 살린다. 원수끼리 서로를 살린 것인다. 우리에게 이와 같은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원수같은 관계들이 각자의 욕심은 내려놓고, 서로를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달과 같은 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몽학은 넓고 큰 길을 갔다. 그러나 봉사는 좁고 협착한 샛길이 좋다 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우리의 마음을 둘러싼 헛된 구름이 걷히고, 세상을 밝게 비춰줄 달이 환하게 떠오르기를 바란다.
영화상징주의, 영화치료
http://www.cyworld.com/Moviesymbolism/391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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