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글레디에이터]이후 오랫만에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가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거기에 이들이 선보이는 것이 블럭버스터 영화가 아닌 로맨틱 코메디라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유럽 증권가를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주식 브로커이자 그걸 무기로 여자들의 마음까지 쥐락펴락하며 ‘오직 승리’만이 인생의 철학인 '맥스' (러셀 크로)는 삼촌에게서 상속받은 농장과 저택을 처분하기 위해 프로방스를 찾게 된다.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나 휴식을 만끽하려던 '맥스'는 프랑스 남부 특유의 매력적인 여성 '패니' (마리온 코틸라르)에게 마음을 뺏긴다.
하지만 그녀는 한눈에 딱 봐도 바람둥이 기질이 뻔히 보이는 '맥스'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맥스'는 우연히 그녀가 잊고 있었던 소년 시절의 첫 사랑 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영화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일밖에 모르던 한 남자가 우연히 시골에 내려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된다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이전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 [패밀리맨]과 흡사하다. [패밀리맨]이 크리스마스의 작은 기적으로 인해 한 남자가 변화되는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이 영화 [어느 멋진 순간] 또한 한 남자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에 있어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전 영화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러셀 크로'의 연기도 신선하고, [택시] 시리즈에서 주인공 '사미 나세리'의 매혹적인 여자 친구 '릴리' 역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마리온 코틸라르'의 연기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단지 이 영화에 있어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좀 더 폭 넓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음에도 조금은 단순하게 이야기를 끝맺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적 구성에 있어 극적반전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주인공 '맥스'가 삼촌인 '헨리'와의 추억이 영화 속에서 시공을 초월해 드러나며 환상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오히려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맥스'가 생각하는 삼촌 '헨리'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에 대한 비밀은 영화 속에서 거의 공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이야기가 단조로워질 수 밖에 없었고, 밋밋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인간적인 향기와 더불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맥스'... 하지만 그의 삼촌 '헨리'는 '맥스'에게 이야기한다. 지는 것을 통해 이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에 서 잃어버렸던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짧은 여행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휴식없이 남을 밟고 일어서기 위해 일만 하던 '맥스'... 빈틈없고 차갑기만 하던 그에게 어느 순간 따뜻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웃음이 없던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진정 그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찾게 된다. 돈이 전부인 양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았던 그... 하지만 돈으로 할 수 있는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된다.
돈은 그에게 그 어떤 것이라도 가질 수 있는 힘을 주지만, 돈과 함께 그 어떤 것도 누릴 수는 없다.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당연하면서 보편적인 진리를 프로방스 지방의 멋진 풍경과 와인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어느 멋진 순간'이라는 이름을 펼쳐놓는다. 약간의 아쉬움도 남기는 하지만 오랫만에 만나는 '러셀 크로'의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영화는 작은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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