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 이 장르의 영화를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이 항상 똑같은 전개와 결말을 가지고도 다른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그 많고도 다양한 소재들을 가져오는 것인지.. 이제 드디어 사제의 사랑 이야기까지 가볍게 건드리게 됐다. 어차피 '사제의 사랑'을 소재로 다루면서 종교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하려고 시도하는 영화는 아닌 이상, 얼마나 재밌게 사랑을 엮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임무다. 그런 의미에서 권상우의 변신이 참 반갑다. 단 한번도 옷을 벗지 않고 (즉 몸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능청스럽게 예비 사제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예전 영화에서 무게잡았던 모습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느낌이다. 하지원은 제대로 캐릭터를 못잡고 이리저리 하던 대로만 하려는 듯한 인상이었지만, 그래도 왠만큼은 하니까.. 그래서 그냥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정도는 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장면 하나쯤은 있어야지'라는 식으로 넣은 듯한, 결혼식에서의 축가 장면은 너무 이상하다. 노래와 배우들의 입도 맞지 않는 수준의 더빙인데, 그 따로 만들어서 입한 노래마저 영 듣기 거북한 수준인데다, 노래와 같이 보여주는 춤은 '장난하냐 장난해 -_-+' 정도다. 둘만의 공간을 설정하는 장면 등등,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것이 이렇게 괜시리 다른 영화 따라하려다 그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