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사랑과 전쟁'으로 볼 수 있을만큼 중산층의 부부생활 권태기 극복이야기로 요약되겠지만,
영화를 보면 매우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남편의 외도를 잡기위해 어리고 아름다운 여인 클로이를 부인이 직접 투입하는 것도 그렇고, 그 클로이가 가진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사실 영화의 초반만 어느 정도 보면 이 '클로이'란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게 바로 '아톰 에고이안' 감독 영화의 특징인데, 클로이가 묘사하는 모든 것들이 마치 일어난 듯이 너무나 상세하고 정말 야한 소설을 읽는듯이 보는 관객이나 극 중 캐서린마저 흥분시킬 정도로 묘사하지만, 그 실루엣은 도통 보여주질 않는다. 이야기만으로 관객을 흥분시켜놓고, 정작 그 이야기의 야릇한 장면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상상,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극 중 캐릭터마저 '클로이'에게 빠져들게 한다. 이것이 '아톰 에고이안' 작품의 특징.
그래서, 내용적인 면에선 더욱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보다 오히려 배우들과 캐릭터의 매력이 더 컸다. 팜므파탈 '클로이'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맘마미아>에서의 청순한 연기를 잊게할만큼 도발적인 노출과 연기를 펼쳤다. 캐서린 역의 줄리안 무어 역시, 이 위험한 게임을 직접 만들어내는 '중년여성의 위기'를 에로틱하게 표현해냈다. 젊은 배우든 중년 배우든, 영화의 내용에 따라서라면 노출을 아끼지않는 할리우드 그녀들의 연기에 솔직히 박수를 보냈다.
<클로이>는 그 끈적끈적한 분위기와 유리 위를 걷듯이 불안한 심리를 가진 캐릭터들 덕분에 한껏 에로틱했다.
마치 '어른들의 영화'라는 느낌이 팍팍 나듯이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클로이'라는 매혹적인 여성이 등장함으로써, 부부관계에 위기를 겪게될 것 같은 스토리지만,
사실상 이 영화는 주인공 캐서린(줄리안 무어), 바로 그녀 '중년여자의 위기'를 아찔하게 담아낸 영화였다.
남편 리암 니슨도, 말을 듣지않는 아들도 문제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꽃이 시들듯이 사라져가는 미모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마저 뿌옇게 사라져가는 한 중년 여성의 불안한 심리가 결국 이 위험한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보다 어리고 아름다운 '클로이'가 그녀 눈에 쉽게 들어온 것도 바로 이런 심리때문이었을 것이다. 탁월한 심리묘사를 표현해낸 영화라고 생각된다.
다만, 영화의 끝이 바람에 풍선빠지듯이 너무 쉽게 해결되는 느낌이고,
클로이가 왜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어 그냥 그러려니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제목 <클로이>만 봤을 때는, 그녀가 이 사건의 중심인 듯 하지만, 그녀도 결국 캐서린의 심리표현의 한 단계였을 뿐. 이 영화는 온전히 '중년여성의 위기감'을 표현해낸 캐서린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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