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그녀의 수사를 통해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비인간적인 병원의 실험을 추적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이 덫에 걸려드는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면서 실체를 찾아 갈 것인가에 대해 몰입하다가 전혀 다른 결말의 반전은 <식스센스>처럼 초반부터의 상황이 빠르게 되살아나며 (가령 테디가 물을 싫어 하는 이유와 척에게 담배를 빌려 피우고 머리가 아파 약을 먹는 일련의 과정) 맞아떨어지는 상황은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와 더불어 니스 르헤인의 탄탄한 원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 테디에 정신 상태를 은연중에 표현하는 날씨나 배경도 영화에 또 다른 중요한 설정입니다. 혼란스런 주인공의 정신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물과 관련된 설정 (바다, 폭풍우, 비가 고여 떨어지는 물방울...)이나 혼돈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체를 다시 알게 되었을 때의 맑은 날씨, 사건의 열쇠인 등대를 올라가기 위한 회전 계단은 혼란을 암시하며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를 가늠할 수 없었던 테디의 정신 세계를 암시하는 이런 설정은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마틴 스콜세지의 연륜에서 뿜어지는 그만의 연출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거장들의 힘과 함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입니다.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의 미소년에서 탈피해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위해 실험적이고 작품성 있는 작품만을 골라 출연하며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디카프리이오는 이번 작품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혼란 속에 폭력성과 죄책감속에서 방황하는 감정 연기를 다른 이전 작품에서보다 원숙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비록 아직까진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어 이런 노력이 수상의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이제는 외모보다 연기력을 먼저 떠오르게 되는 배우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지독히도 아내를 사랑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는 자책감 속에 고통받아야 했던 테디가 결말에서 괴물로 살기보다 선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스스로 내린 선택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애절한 길고 긴 여운을 남깁니다. 어찌보면 <장화와 홍련>과 유사한 면을 볼 수 있는 이 작품이 그들과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은 거장의 힘과 배우들 특히 디카프리오의 연기 때문이겠지요. 끝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던 <셔터 아일랜드>의 진실은 가히 충격이고 애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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