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를 중심으로 마치 좌청룡 우백호마냥 버티고 있는 두 여배우의 연기도 멋드러진다. 고전미와 현대미, 차분함과 도발을 은근히 다 품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닌 베라 파미가는 이 영화에서 무뚝뚝한 라이언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쥐락펴락하는 여인으로서 매우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조지 클루니와 어울리게 우아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열정의 불씨를 언제나 내포하고 있는 듯한 양면적인 이미지를 선보인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벨라의 학교 친구 역으로 먼저 얼굴을 알린 나탈리 역의 안나 켄드릭은 그동안 주인공 친구 역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인 디 에어>에서 예상치 못한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 의욕이 너무 넘쳐서 라이언을 수시로 당황시키면서도 아직 사회에 완전히 물들지는 않은 젊은 시각으로 라이언에게 생각의 여지 또한 제공하는, <주노>의 주인공인 주노의 뒤를 잇는 듯 발랄하면서도 중요한 알맹이를 품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을 매우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아직 철이 덜 든 듯한 활기에서부터 팍팍한 현실과 마주했을 때의 좌절까지 꽤 능숙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인 디 에어>는 연기 면에서부터 (식상한 표현이지만) 신구의 조화를 환상적으로 이뤄낸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소재를 담백하게 풀어내는 제이슨 라이트먼의 솜씨는 여전하다. <주노>에서 이미 10대 소녀의 임신이라는 꽤나 무거운 주제를 밝지만 얕지 않은 대사와 시원시원한 캐릭터들을 통해 오히려 즐겁고 따뜻하게 풀어낸 적이 있는 그는 <인 디 에어>에서도 시대를 꿰뚫고 있는 묵직한 주제를 폼 잡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닌 시각의 차이에서부터 비롯된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인 대량 해고를 다루고 있으나 이 영화는 지금까지 숱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해고 당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해고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것도 고용 당사자가 아닌, 그를 대신해서 해고만 전문으로 해주는 사람의 이야기 말이다. 그의 내레이션으로 출발하면서 영화는 별 것 아니게 자신의 일을 대하는 그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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