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 써본적이 없어서 조심스럽지만 보고 느낀점을 주저리주저리 옮겨보겠습니다.
먼저 밀양.. 비밀스런 햇빛이라...... 앞에서 어떤분의 리뷰를 읽고 많이 공감이 가는게 햇빛은 전도연에게도 비추고 유치원 원장에게도 비춥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아시지만 '하느님'이 전도연의 심경변화와 함께 마치 송강호 처럼 전도연을 계속 따라다닙니다.
햇빛, 햇살, 볕...... 좋던 싫던 세상을 비추며 누구에게나 비추어 집니다. 우리는 햇빛을 긍정적인 것으로, 만물을 생장케 하는... 위대한 존재로 여깁니다. 해가 없으면 동식물은 존재할 수가 없죠. 그러나 영화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나에게도 비추며 나를 괴롭힌 사람에게도 비춥니다. 해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며 그냥 그자리에서 비추기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원수로 인해 고통받는 '나'의 입장에서 본다면 원수도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 조차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원망스런 존재일 겁니다. 제가 너무 해의 의미를 비약시켰나요?
영화에서의 하느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을 사랑한다고 하죠, 마치 햇살처럼 나에게도 너에게도 존재하며 전도연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었고 원장의 '죄'도 용서하여 줍니다. 하지만 전도연의 입장에서는 원장의 죄를 사하여준 '하느님'이란 존재가 원망스러울 뿐이죠.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감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혹은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주어졌는가에 대하여 인간은 고뇌할 수 밖에 없는 존재고 그래서 긍정적의미의 햇살, 하느님과 같은 외부적 절대자를 찾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대로 추운겨울 또한 누구에게나 닥치며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히 살았냐를 가리지 않습니다. 제가 억울한 어떠한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어떤 외부적 기댈 요소를 찾고 혹은 누구를 원망하고 하였겠지만, 저에게도 겨울날 추위는 몰아칠 것이고 설혹 제가 살인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봄날 햇살은 저를 비출 것입니다.
그리고 좀 극단적이지만 원장의 딸 혹은 원장의 어머니의 입장에서라면 원장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가 쉽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릅니다.
감독님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햇살이 누구에게나 비추듯, 인간세상 살아가는게 다 비슷하듯이 넓게 보면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면서 동시에 내가 전도연과 같은 입장에서라면 그 모든게 단순히 자연의 섭리일 순 없다는 점을 보여주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라고 봅니다.
주제와 쬐끔 관계있는것 같아 어떤 책에서 본 뇌리에 박힌 글이 있어 옮겨봅니다.
과거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흑인 테니스 선수가 에이즈에 걸렸을 때 . 기자가 그 선수에게 '왜 하필 당신같은 유명한 선수에게 에이즈가 주어졌는가, 기분이 어떠한가' 하는 투로 질문하자 ' 그 선수가 "왜 하필 나인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만약 어떠한 고통에 대하여 왜 하필 나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 내가 받은 축복에도 왜 하필 나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세계대회를 우승하고 나서 왜 하필 나인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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