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목에 쓴 수컷액션이라는 말에 거부감 드시는 분들이 많으시려나요?
성차별적인 발언이 될까봐, 이런말을 쓰기 조심스럽네요.
(뭐 워낙에, 이런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어쨌든 이 영화 <300>은 그야말로 수컷 액션이라는 말이 영화를 설명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일 거 라는 생각입니다.
상당히 남성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남자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들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짐승남이라고 불리울 만한 남자들이 우글우글 300명이나 나오는 이 영화는
제 몸을 부끄럽게 바라보게 만들며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봤더라면
(물론, 여친께서는 이미 보셨다고 하셨습니다만.)
300개의 초콜렛 들을 바라보며 저를 측은하게 바라보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한가한 발렌타인 데이에 이 영화를 보면서 초콜릿 참 많이 까먹었습니다.
(저런 몸을 부러워하면서도 초콜릿 닮은 복근 나온다고 초콜릿이나 먹고 있는 한심함.)
프랭크 밀러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이 영화는,
역시나 같은 원작자의 코믹스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멋진 액션 영화 <씬시티>를 연상 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감독도 다르고 영화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그만큼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 장면들은 <씬시티> 만큼이나 상당히 스타일리쉬합니다.
흔히 많이 쓰이는 기법이긴 합니다만,
이 영화 곳곳에서 보여지는 슬로우 기법은 다른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효과적으로 쓰입니다.
고대의 남자대 남자가 힘으로 맞붙는 액션 장면에서 슬로우기법으로 처리하는 화면은.
날 것 액션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어서 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영화는 별다른 특출난 내러티브도 없이 진행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스토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스타일리쉬하게 보여지는 액션에 방점을 찍고 감상하면 되는 영화고,
어떤 식으로 액션 장면을 보여주고 있느냐에 집중을 해서 감상하면 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액션 장면 하나 하나에 집중할 필요는 있으되,
다른 영화와는 달리 영화를 보면서 문자질을 좀 한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있는 영화는 아니란 얘깁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하트 뿅뿅 문자질 좀 했습니다.
액션 영화 보면서 좀 안 어울리는 짓인 걸 알지만 그래요, 제가 그랬습니다.)
물론 그러다가 가끔 진짜 멋진 액션장면을 놓쳐서 억울한 경우는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장면을 놓쳤다고 해도, 우리는 이 영화의 스토리를 다 말할 수 있습니다.
스파르타의 300명의 군사들이 페르시아의 100만대군을 맞아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목숨 바쳐 싸우는 열라 멋있는 얘기.
라고 말입니다.
![](http://imgmovie.naver.com/mdi/mit500/0580/E8072-45.jpg)
이 영화 한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300아저씨 제라드 버틀러는
그야말로 스크린을 뚫고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기세로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짐승남의 포스 풀풀 풍기시며 "스파르타~" 를 외치는 제라드 버틀러는
이 영화에서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화면 속을 자유롭게 유영합니다.
이후에 나온 어글리 투르스를 통해 먼저 접했던 버틀러는
별 매력없는 왠지 지저분해 보이는 아저씨 같았는데,
세상에나 이 영화에서의 버틀러는 그야말로 용맹한 스파르타의 왕 그 자체였습니다.
저 복근 좀 보세요!
대부분이 현란한 CG 장면으로 아마도 영화 장면의 대부분을
파란 스크린 앞에서 촬영했을것이 뻔한 이 영화는,
어쨌거나 볼거리는 풍부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죽여주는 킬링 타임용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배우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대사들은 너무나도 직설적이어서
오히려 무지 단순하게 사나이의 심장을 울리는 에너지로 넘쳐납니다.
그런데 아쉬운 건,
그러나 그런 수 많은 대사들 중에 마땅히 기억나는 대사가 없다는 점이겠구요.
"스타르타~~~~~~~" "우!우!우!" 정도 밖에는요.
아, 또 있네요.
"나는 관대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다른 거 다 떠나서 액션 장면의 박진감과 긴장감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승산 없는 전쟁에 임하는 스파르탄들의 비장한 자세는
남자로 태어나 이토록 비정한 사회에 내던져진 우리들이 가져야 할
독기 같은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구요.
액션영화로서 액션에만 주목해 따져 본다면 굉장히 만족스런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의도적으로 채도를 최대한 낮춘 어둑 어둑한 화면도 거친 느낌을 살려 주기에 잘 어울리구요.
어쨌든, 심심한 발렌타인 데이 전날, 설 연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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