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사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받고 싶을 정도의 자신감 넘치는 <하모니>. 월드 스타 김윤진의 출연, 뮤지컬 배우 박준면, 정수영과 나문희의 안정된 연기 그리고 귀여운 아기 민우의 살인 미소가 눈물겨운 이야기 전개와 절묘하게 어울어진 하모니는 이유있는 자신감이였습니다.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와 18개월 후에는 떨어져야만 하는 예정된 비극에 미리부터 강한 최루성 영화일 것이라는 첫 자막의 암시를 이후 모든 배우들의 골고른 활약(?)으로 충실히 지켜집니다. 영화 사상 최초로 청주 교도소에서 촬영한 <하모니>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무겁고 거친 대사를 자제하고 유머있고 밝은 모습으로 후반부 많은 눈물에 대비시키기 위해 웃음이라는 애피타이져로 영화에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범죄자를 미화한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여죄수들은 동물만도 못한 죄를 짓는 남자들에게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진짜 피해자는 그녀들일 수 있믐을 알리며 관객들로부터 다수의 동정표를 받아 둡니다. 의심이 부르는 잔혹한 가정 폭력, 의붓 아버지의 성폭행, 외도한 남편을 참지 못한 살인으로 상처를 입은 그녀들의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은 누가 보상할 것인지를 생각하게하며 서서히 강한 눈물 폭탄의 시동을 겁니다. 그래도 다시 살아가야 하기에 절망 속 희망을 꿈꾸며 결성된 합창단은 그녀들의 세상을 향한 힘찬 날개짓입니다. 처음에는 자신들 끼리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기에 서로가 부르는 노래는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지만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순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그녀들을 바라 보는 세상의 눈은 범죄자라는 낙인으로 의심하고 그들과 조화를 이루기를 거부합니다. 영화 속 초청 공연에서의 사건에서 오로지 의심만으로 그녀들이 받아야하는 수모는 우리들이 왜곡된 오해의 시선에 대해 돌아 보게 합니다. 교도소에 새로 들어 온 강예원 (강유미)이 삐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원망하며 혼자 외로이 있을 때 아기 민우가 먼저 손을 내밀고 감싸 안아 준 것처럼 사회의 조화를 위해서는 서로가 마음을 열고 이해하며 감싸 안아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 것 처럼요. 이후에도 <하모니>는 그녀들이 가족과 단절되고 서로 용서하지 못했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 냅니다.
그러나 <하모니>는 지나치게 많은 설정을 통해 감동과 눈물을 자극하려는 작위적인 연출을 보이기도 합니다. 합창단 모집 때 노래를 잘 하는 소프라노가 절실한 상황에서의 숨겨진 노래실력을 보여 주는 '한밤 중 독방 노래 실력 뽐내기'는 당황스러움에도 그냥 넘어갔지만 가장 핵심 장면인 합창 대회에 초청된 그녀들의 공연에서 입만 크게 뻥긋 거리며 다른 사람들의 노래에 입을 맞춘 모양새는 <시스터 액트>의 피날레 공연과 같은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연이어 갑작스레 등장한 소년 합창단과 공연은 노래하는 그녀들도 놀란 표정이지만 지나친 작위적인 설정에 감동의 폭이 정지한 느낌마져 듭니다. 거기에 나문희의 가족과 화해 하는 마지막 장면은 어떤가요...이미 화해와 조화로운 사회를 위한 감동을 준 뒤에 보게되는 그녀의 결말은 그런 식으로 밖에 처리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아쉽기만 합니다. 이 시점에 이르자 이런 설정은 관객들의 마지막 눈물 한방울을 더 짜내려는 작위적인 과도한 연출이라는 안타까움마져 듭니다.
<해운대>, <형사 :Duelist>의 조감독에서 첫 감독 데뷰작이니만큼 강대규 감독은 감동과 슬픔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워낭소리>나 <애자>만큼은 아니지만 눈물도 흘렸습니다만 자연스레 흐르는 눈물을 위해서는 그런 영화처럼 작위적인 설정없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우치게 됩니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하모니>는 분명 잘 만들어진 영화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음치 역할을 위해 애쓰는 김윤진이나 연기자 이상의 노래 실력을 보여 준 강예원, 시종 티격대며 웃음을 주신 정수영, 박준면 그리고 어머니처럼 포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갖게 한 나문희가 부르는 노래의 하모니는 천상의 소리처럼 아름답고 눈물겨웠습니다. 영화에선 단 하루 만남을 위한 하모니였지만 그 감동의 여운은 꽤 오랬동안 남을 것 같은 여운을 가슴속에 남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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