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이고 영화 내용이 생존 혹은 사망한 분과 유사한 점이 있어도 순전히 우연이다'
'특히 너 Jenny Beckman' 'Bitch'
도대체 여자가 어떻게 했길래 이런 메세지로 자신의 울분(?)을 달래려고 한 걸까요? 너를 생각하며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듯 하지만 넌 착한 나한테 이렇게 나쁜 짓을 했고 그래서 넌 나쁜 여자야... 라는 가슴에 맺힌 한을 시원하게 풀어보려는 듯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에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이 울분을 삼키지 못하긴 해도 지난 사랑을 아름답게 추억하려 하지만 이 커플은 분명히 뭔가 다른 게 있어 보입니다. 대체 사랑했던 그녀에게 어떤 상처를 받았기에 이런 메세지로 그녀를 추억하는 걸까요?
<500일의 썸머>는 제목 그대로 썸머라는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그녀와 완전히 끝나기까지 500일간의 여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상투적인 잘 생긴 남녀간의 멋진 로맨스 이야기 보다는 현실적인 시각으로 평범한 남녀관계를 그렸네요. 영화 속 썸머(조이 데 샤넬)는 남자들이 선망하는 미모여의 여자이죠. 이름 그대로 강렬한 태양처럼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녀의 매력은 톰(조셉 고든 렛빗)의 눈마져도 멀게 합니다. 자신없는 톰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고 먼저 다가와 준 그녀를 톰의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불안한 그들의 로맨스는 화면 속 날짜의 카운트가 거듭 될 수록 둘 사이가 뭔가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조만간 닥쳐올 암울한 결말을 암시합니다.
현실 속 우리들의 로맨스도 비슷하지요. 첫 만남으로 불 붙은 사랑은 점차 강렬한 불꽃으로 타오르다 점점 불꽃이 사그라듭니다. 이 상황에서 둘 사이에 노력으로 다시 불을 붙이느냐 꺼져버리느냐는 그들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커플의 운명은 비슷한 흐름으로 가다 그녀가 남자를 떠나가는 이유가 남자 입장에서만 보면 어처구니 없다 못해 화가 납니다. 좋다고 다가 올 때는 언제고 구속이니 뭐니 이유를 대서 언제라도 관계를 정리할 빌미를 남긴 다음 홀연히 떠나가는 그녀...
자신이 구속이 싫다고 해 놓고 진짜 사랑을 못 만나서 그랬다며 단번에 말을 바꿔 새로운 남자와 깊은 관계를 맺더군요. 그런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는 와중에 홀연히 또 나타나 여자도 남자를 못 잊고 있는 듯 헷갈리게 행동하는 것을 대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요? 사랑의 아픔으로 일도 못하고 다시 사랑할 자신도 없는 남자에게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이 대목에서 뇌리를 스치는 영화 도입 부 자막 (누구를 모델로 만든 것이 아닌 허구, Bitch 등)을 공감하게 되고 그의 소심하지만 노골적인 복수가 조금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영화에서 이렇게 허무한 이별을 끝으로 마무리된다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로맨스까지는 아니겠죠. 남자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더 중요시하기에 영화가 끝나갈 무렵 상처받은 톰이 용기를 내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행복한 결말은 정말 남자가 봐도 멋진 새로운 시작입니다. 썸머와의 사랑이 아무리 태양처럼 강렬했더라도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찾아 온다는 자연의 섭리처럼 다시 시작되는 희망의 결말... 그녀가 예전 썸머보다 더 예쁘고 마음도 고운 여자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날 버리고 떠난 그녀의 만행(?)을 알리면서 나도 너보다 멋진 사랑을 시작했다며 그녀를 향한 통쾌한 복수를 보자니 대리 만족의 희열이 느껴집니다. 이런 로맨스... 남자들이 좋아할 만 하지 않나요? 예쁜 여자분들... 인기있고 매력있다고 괜히 남자 마음 흔들고 떠나지 말아주세요. 남자들은 그 상처를 여자분들처럼 쉽게 잊지 못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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