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1일 사망한 히스 레저. <다크 나이트> 이후 더 이상은 그의 작품을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때 그의 진정한 유작이라며 제목도 어려운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 극장>이 개봉 소식을 알렸습니다. 故人을 좋아하던 팬으로서 진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고, 그가 생을 마친 뒤 그 역을 다른 배우들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페럴)이 함께 연기해 마칠 수 있었다는 소식에 과연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이소룡이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사망 유희>에서도 이런 상황이었지만 그와 비슷하다며 출연한 배우는 너무 티가 나서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죠. (마지막 한층 한층 올라가며 고수와 대결을 펼치는 하이라이트는 이소룡이 직접 연기해 아쉬움이 그나마 덜 했지만)
첼로의 묵직한 선율로 시작하는 영화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장엄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뭔가 비밀을 갖고 있는 파르나서스 박사와 악마의 내기와 관련된 이야기 진행은 마치 <파우스트>와 흡사한 이야기 구조로 고뇌에 찬 인간의 심리와 선택이라는 상황에서의 운명의 결정을 상상 극장의 무한 상상력을 통해 그려내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악마와 내기를 통해 불멸의 삶을 얻은 박사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악마와의 또 한번 거래로 젊음을 얻었지만 16번째 딸의 생일날 그녀를 악마에게 주어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또 한번의 내기 (인간의 영혼 5명을 먼저 사로잡기)로 유혹하는 악마와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것인가....라는 스토리 라인도 자못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지요.
하지만 악마와의 대결은 영화 진행 후 한참이 지나서야 시작되고 5명의 영혼을 모아야 하는 대결은 순식간에 4명이 후다닥 지나갑니다. 그리고 이제 서로 마지막 1명을 남긴 채 운명의 대결을 펼쳐야 하는 하이라이트 뭔가 아쉬움을 남기며 그렇게 끝나 버립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제대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대결이 끝나버리며 영화의 결말은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박사의 거울 뒤 상상의 세계는 <찰리의 초컬릿 공장>에서 보았던 수준이라 최근 화려한 CG 이상을 보여 주는 영화에 길들여 진 안목은 영상마져 아쉽고, 이야기 전개 상 이해가 안되거나 과장된 설정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보입니다. 그마나 히스 레저의 등장 이후 마지막 결말까지 그의 대역들의 등장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 들며 부드럽게 전개되어 그의 사망을 모르는 관객은 눈치채지 못할 것 같더군요.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테리 길리엄은 우리에게 알려진 전작 <그림 형제>, <12 몽키즈>에서처럼 인기 배우와 스토리를 가지고도 용두사미식 전개의 아쉬움을 남긴 작품을 선보였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그 괴리감이 더하기만 합니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에 그의 영전에 바쳐질 수준 높은 작품이기를 바랬지만 이건 아니었습니다. 정말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 그나마 히스레저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비록 영화 전체가 아닌 일부분의 출연이지만 그의 모습 특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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