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잡'의 감독 F.게리 그레이는 이런 면에서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오밀조밀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그것을 하나둘씩 풀어놓고 실행해가는 스릴러적인 재미를 주는 감독.
이번 영화 '모범시민'도 의외로 그런 부류였다.
강도에게 자신의 아내와 딸을 잃고, 법정에서마저 두 명 중 한 명에게만 죄가 몰려 씌워지자,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는 직접 그 죄에 대하여 응징하기로 한다. 무려 10년에 걸쳐서 준비한다.
그 대상은 단순히 강도뿐만이 아닌, '법의 허술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게해준 제이미 폭스 검사와
그 일행들, 그리고 이러한 허술한 법 자체를 개탄하기위해 세상과 그 부류 사람들에게 모두 복수하기로 한다.
사실 복수라는 단어를 썼지만, 주인공은 복수라고 하지않는다. 이제는 그러한 법 자체를 깨부수겠다고 한다.
'모범시민'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같은 일반시민들은 오히려 영화를 보면 제라드 버틀러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영화의 시작, 강도에 대한 복수는 단 몇 분만에 끝나고, 오히려 영화는 세상과 법에 대한
허술함을 깨우치게 하기위하여 지능적인 모드로 들어간다.
하나, 둘씩 관련인물들이 제거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너무 완벽하게 실행되는 영화 속 일들 때문에, 약간의 말도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재미이고, 나름 전략가라는 직업을 가진 제라드 버틀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준다.
결국, 제라드 버틀러의 뜻대로 계획들은 이행되고, 끝까지 가게되지만, 최후를 보게되는 것은 주인공이다.
이제는 악에 받친 인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세상의 법과 룰의 희생양이지만, 그가 손에 피를 묻힌 순간부터는
그도 죄인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속물이고 개인 커리어만 챙기는 제이미 폭스까지 화끈하게 처리해
주길 바랬다. 나름 세상을 향한 부조리를 영화에서나마 확실하게 타파해주길 바랬던 걸지도...
주인공의 최후의 모습은 마치 지옥을 가는듯이 불꽃이 피어오르며 화려하게 타오르는 모습이었다.
'모범시민'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영화는 결국 모범시민이 희생양이 되는 사회를 보여준다.
제이미 폭스도 가족이 있고, 딸이 있지만, 그는 제라드 버틀러를 통해 깨우쳤다는 이유로 살게된다.
(물론 머리를 써서 살아난 것도 있지만, 마지막 부분은 좀 억지였다. 어떻게 주인공보다 빨리 돌아올 수 있는지;;)
단지 제라드 버틀러는 손에 직접 피를 묻힌 인물이고, 제이미 폭스는 손에 직접 피만 안 묻혔을 뿐 사람을 죽게한
건 똑같게 한 자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영화는 그것을 말했는지도 모른다. 선과 악의 모호한 구분과 경계. 그것을 불합리한 잣대로 평가하는 세상과 법.
영화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생각보단 잔인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긴장감을 갖게하기도 한다.
계획적으로 진행되는 범죄를 지켜보는 동안 '모범시민'에게 공감되는 감정을 통해 내심 세상의 부조리를 느끼게
하는 은근 분통터지는 내용의 영화. 끝이 좀 맘에 안 들었지만, 두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 때문에
그럭저럭 재밌게 본 액션스릴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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