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영화 '카운테스(백작부인이란 뜻)'.
'드라큘라'의 실제모델로 유명해진 헝가리의 백작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라는 여자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프랑스의 유명여배우 '줄리 델피'가 각본, 감독, 주연까지 도맡아해 열정을 보인 작품.
처음에는 612명의 처녀를 죽인 희대의 연쇄살인마로 불린 그녀의 잔인성과 사연에만 치중했지만,
정작 만나본 영화 '카운테스'는 의외로 다각도에서 바라본 그녀 '엘리자베스 바토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냉정하고 이성적으로만 커온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성격을 유지해
철의 여인으로 불릴만큼 경외심을 가진 존재로 군림한다. 그러다 전쟁영웅인 남편이 병으로 죽자,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18년 연하의 남자를 만나게되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바로 '자신의 노화 혹은 늙어만가는 외모'에 대한 집착이 생긴 것이다.
거기에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연하의 연인에 대한 집착과 자신감없음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라이벌 백작의 방해로 그들의 사랑을 갈리지고, 이 모든게 자신의 늙은 외모때문이라고만 생각한 그녀는,
우연찮게 어린 여자의 피를 피부에 바르고는 '숫처녀'의 피가 자신의 피부에 젊음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엔 별 차이없는듯, 아무래도 정신이상으로 인한 믿음인듯)
이때부터 숫처녀들을 향한 불특정의 살육이 시작되고, 그녀의 외모와 젊음에 대한 집착, 사랑에 대한 집착이
도를 지나치게된다. 이렇게만 들으면, 아주 미친 여자의 잔인한 살육얘기만 나올것 같지만, 아니다.
줄리 델피가 직접 각본까지 맡은 이유가 있었다.
물론, 그녀의 죄와 사건에 대한 내용은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줄리 델피는 여기에 '역사와 가치관'에 대한 주제을 현명하게 첨부한다.
영화의 시작이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라고 시작된 것은 그 부분을 말해준다.
'바토리' 백작부인이 수많은 처녀들을 죽인것은 맞지만, 정말 612명의 여자들을 다 죽였을까?
우리가 지금 받아들이고 있는 이 사실들도 누군가에 의해서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그것도 분명히
어떤 승자에 의해서 기록된 역사내용일 것이다. 영화를 보면 바토리 백작부인의 라이벌 백작이
그녀의 지위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영화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계략을 꾸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죄를 끝까지 알면서도 필요한 타이밍에 세상에 공개하고, 또 그러면서도 그녀를 구원해주는척하면서
결국 재산을 가져가는 것으로 죄를 사해주는 척한다. 물론 그녀가 죄는 있지만, 일종의 계략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그 백작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은 것부터가 모든 문제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뒤로 갈수록, 바토리 백작부인이 안죽인 여성들까지 그녀에게 덤탱이 씌움으로써 그녀의 죄는 더 가해진다.
이렇게, 그 당시의 지위와 권력을 가진 여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계와 모략을 꾸미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게 많다. 또한, 당시의 '마녀사냥'이라고 하여, 자기네들의 입맛에 안맞으면 '마녀'로 밀어붙여
수많은 처형이 이루어졌음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오히려 바토리 백작부인 아래있던 마녀가 영화속에서
가장 제대로 된 옳은말만 하고 생각이 박힌 여자로 그려진다. 일종의 '편견'에 대한 경계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612명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로만 그려질 줄 알았던 이 영화는 줄리 델피의 손에 의해
태어나면서 좀 더 의미있는 영화가 되었다. 숫처녀의 피를 뽑기위해 다양한 고문기계를 만들어낸 그녀.
'쏘우'를 연상시킬만한 영상이 나올줄 알았건만, 가장 잔인한 장면은 사랑하는 연인의 머리카락을 가슴안에
넣기위해 칼로 째는 장면일 정도였다. 영화는 오히려 '바토리 백작부인'을 통해 그 시대의 권력있는 여성에
대한 경계와 편견 등을 깊게 담아논 영화였다. 줄리 델피는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들이 가질 수 있는 '미(美)와
젊음'에 대한 집착과 감정 등을 잘 그려내었고, 그 위에 현명한 주제까지 담았다.
다 보고나면, 영화에 대한 임팩트는 많이 없었지만, 의외로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구석이 많았다.
현시대에서 여배우로 살아가고있는 줄리 델피를 통해 주제있는 영화로 탄생한 '카운테스'.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기록된다.'라는 말처럼, 이 영화의 모든 것도 사실로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일종의 새로운 시도의 해석을 곁들인 노력으로 인해 일종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점이 매우 반가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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