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을 '교도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영화는 '사형제도'의 반대나 '사형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것들을 행해야하는 '교도관'들의 정신적인 힘듬을 주로 보여준 영화였다.
물론 '사형제도'나 '사형수'들에 관한 일화가 다같이 얽혀서 나오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사형제도'에 관해서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교도관'들의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였다.
박인환, 조재현, 윤계상.
1대,2대,3대, 고참,중참,신참 정도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세 교도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고, 또한 그들 세 명에 의해 보이는 시각으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관점을 보여준다.
박인환이 보여주는 30년차 교도관은 이제 이 일에 염증을 느낀다.
수감자 중 나이많고 동년배 또래인 수감자와는 친구처럼 지내고 장기도 둔다.
한마디로 수감자와 인간적인 교류를 하는 고참 교도관이다.
그러던 중, 10년만에 재개된 사형집행 때문에 친구같은 수감자를 직접 죽여야한다.
조재현이 보여주는 중참 정도의 교도관은 그야말로 수감자 및 범죄자는 독하게 다뤄야한다고 생각하는 인물.
사회에서 살인,강간 등의 범죄를 짓고 온 범죄자들은 그야말로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만 강하기 때문에,
독하게 혹은 폭력으로 다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강하게 버티고 있는 인물이다.
윤계상이 보여주는 신참내기 교도관은 교도소 내에서 수감자들한테도 무시당하기 일쑤다.
조재현이 가르치길, 강하게 나가지않으면 니가 당한다.라는 가르침에 점점 교도관으로써 눈을 떠간다.
그러나, 여자친구와의 일상적인 문제가 일과 겹치면서 점점 더 힘들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확연히 구분되는 세 사람 중에서 솔직히 본인은 조재현쪽에 더 많은 공감과 지지가 갔다.
박인환씨가 보여주는 교도관은 사람은 좋지만, 법적인 집행문제에서 저렇게까지 재소자하고 가깝게
지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떻게 법을 집행할 지 모르는 쪽인데, 분명히 그로 인해
어려움을 불러일으킬 것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말이다.
조재현이 보여주는 교도관은 법적인 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동료가 교도소 내에서 수감자한테 살해당한 과거도 있고, 또한 여기에 들어온 범죄자들은
강간, 살인 등을 하고들어온 악질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나가야 질서가 잡히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도
동감이었다. 물론 폭력을 조장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말로는 안되는게 그 세계이기도 하고...
그러나, 후반 사형집행 후 그에게만 헛것이 보이는 등의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오는 것을 보고
좀 씁쓸하기도 했다. 가장 강한 것 같은 사람이 어찌보면 가장 약하다는...
윤계상이 보여주는 교도관은 어리버리 그야말로 신참이기 때문에 많은 것에서 헛점을 보인다.
조재현이 가르쳐주는 그 세계를 배워가고, 박인환이 보여주는 감정에도 동감하는 등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일찍이 사형집행을 하게되면서 많은 정신적 파장과 변화를
겪어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렇게 '교도관'의 생활과 정신적인 힘듬을 보여준다. 그들도 사람이기에...
'사형제도'에 관한 의견은 과거 무죄였던 사람들도 직접 죽였다는 박인환의 말에서
어느정도 찬반의 의견을 보이고 있으며. '사형수'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사형수를 보여주는 등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대부분 심한 죄질의 범죄를 짓고 온 수감자들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법적인 면에서
범죄자임을 인정하는 것 같다. 솔직히 본인도 심한 살인이나 연쇄살인범 같은 범죄자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법집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세금으로 몇십년을 부양하면서 '교화'를 시키는
쪽은 조금 그렇다고 생각되었다. 교화가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범죄자도 있을거라는 생각에.
또한, 사형이 잘 집행되지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저렇게까지 시설이 열악한가도 싶었다.
정말 예전에나 있었을법한 낡은 의자를 놓고, 밧줄로 목을 매달게해서 죽게하는 식의...
외국에서는 보는사람이나 가는사람이나 편안하게 약물주사로 하는 것 같던데.
이 영화에서처럼 사형을 집행하니 여러가지 문제도 생기고, 그로 인한 교도관들의 트라우마가
더 가중된 것 같았다.
영화는 이렇게 교도소의 생활과 교도관들의 실생활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잘 몰랐던 세계를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그들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담당하는 정신심리상담 의사 하나없이
사형집행수당 7만원을 받고 그들에게 가혹한 일을 하게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영화 '집행자'는 그런 면을 보여주는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연기적인 면에서는 조재현의 강렬한 연기가 역시 최고였다고 생각된다.
간만에 보는 그 여전한 눈빛과 포스는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윤계상의 연기는 많은 분들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영화배우의
느낌으로는 좀 약하다싶었다. '6년째 연애중'이나 '비스티 보이즈'를 포함
그가 나온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찌질한듯 방황하는 청춘의 이미지를 연기한 것 같은데
그게 연기의 한계인지 아니면 그가 가진 이미지때문인지 자가반복적이고 짜증내는 연기가 그닥.
어리버리한듯하면서 짜증도 잘내고 혼자 괴로워하고.. 그런연기만 너무 봐온것 같다.
윤계상->조재현->박인환 교도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3대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심리적 변천과정을 볼 수 있었다. 병원에 실려가는 조재현의 회상에서도 그랬지만,
처음에는 다들 열심히 일할려고 들어오지만, 조재현처럼 악랄해지고, 박인환처럼
결국 그 일에 염증을 느껴 떠난다. 그들은 다들 마음을 가진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최고까진 아니더라도 꽤 볼만한 내용과 연기를 가진 영화였다.
개봉 1주일만에 퐁당퐁당(교차) 상영으로 이 영화 역시 말이 많은데,
그래도 시간맞춰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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