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퍼스의 진지한 연기 변신과 상처입은 사람들의 상처 치유기... 일까?
뭔가 진지하고 잔잔한 감동을 기대했습니다.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하는 섣부른 바램을 가졌습니다. 배우와 내용이 썩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죠. 로맨틱 코미디에 주로 모습을 보이며 흥행에도 적잖이 기여한 '콜린 퍼스'가 지금까지 이미지와는 다른 진지한 정극 연기에 도전하는 모습도 좋았고, 상처받은 가족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새로운 도시에서의 또 다른 시작이라는 내용도 뭔가 감동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딸을 가슴에 꼭 껴안고 있는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왠지 가슴까지 따스해지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영화 초반 사랑스런 모녀의 모습과 도로의 빠른 자동차들의 질주가 불안한 기운을 내뿜다가 이내 사고가 나지요. 막내 딸의 천진난만한 장난으로 인해 엄마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가버리는...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사건의 발단이라 좋은 시작을 예상했습니다만 엄마의 장례식이 치뤄지는 장면부터 뭔가 기대와는 다른 전개가 되려는 불안한 느낌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이내 상처의 치유와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영상들만이 중세도시의 고풍스런 정경과 함께 상영시간을 채우고 있더군요. 간간히 밤에 자다가 깨며 소리치는 장면만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 줄 뿐 아빠, 첫째 딸 심지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둘째 딸 조차 엄마를 추억하며 괴로워하는 그런 아픔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을 멀찍이 떨어져가는 자매의 거리감처럼 언니는 동생을 원망하는 암시적인 상황이나 막내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산속을 헤메이는 아빠의 애처로운 모습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볼 수 있긴 합니다. 그리고 상처가 시작된 도로에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된 가족이 이를 계기 용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장면은 그나마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이국적인 장면과 클래시컬한 음악도 괜찮기도 합니다만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달해야 할 '가족의 상처 치유'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이 작품에게 좋은 평점을 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후반부 정리를 해야 하는 무렵부터 빈번히 모습을 나타내는 엄마는 딸을 용서한다는 식의 전개에서 딸을 위험스런 상황에 빠트리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며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흡사 스릴러나 공포물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면에 더해 죽은 엄마가 자꾸 보인다는 딸의 대사는 <식스 센스>를 연상시키기까지 하며 쓴 웃음을 짓게 하더군요. 아내를 떠나보낸 지 얼마나 지났다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도시에서 딸의 나이정도나 되는 여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아빠나 엄마 장례식에서부터 담배나 피우고 새로운 도시에서는 연애하느라 하루를 보내며 동생을 돌보지 않는 큰 딸의 모습에서 무슨 감동을 찾으려 했는지 저 자신이 안타까웠습니다.
대중적인 주연으로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고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의 수준을 의심한다면 참 답이없는 상황이죠.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상처로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눈물겨운 가족간의 노력이 있어야 했고 어떤 계기를 통해 이를 극복하는... 좀 더 단순하고 공감가는 연출이면 어땠을까요...그런 연출은 수준이 낮은 건지 몰라도 전 그런 단순한 감동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시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평범한 일개 관객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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