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여름인가... 한 창 군대에서 뺑이치고 일병 휴가를 받았다. (진급 휴가는 때 되면 다 나온다 ㅡ.ㅡ;;) 그 당시에도 난 휴가만 나오면 극장에서 살다 시피했는데, 그 날은 서울 극장과 단성사 (아.. 이제는 엄는 극장 - 한창 공사중이다), 피카디리를 돌며, 하루에 5타임을 영화에 바쳤다. 그 날 하루에 본 게... <에이리언 4>, <맨 인 블랙>, <쥬라기 공원2>등등 이었다. (영화 티켓을 찾아봐야 하는데, 어디 있는 줄 못 찾겠다 ^^;;)
그 중, 다른 작품들은 이미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은 후속편이어서 그런지, 별 영화 정보를 안 보더라도 그 내용과 주연 배우들, 감독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뻔하지 않은가..) 그러나, 단성사에서 봤던 <맨 인 블랙>은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지휘를 했다고 하니, 엔터테이너적 측면에서는 절대 돈이 아깝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밖에는...
한 마리의 모기가 날라가는 모습을 따라잡는 카메라 워크를 뒤로하고.. (모기는 잠시 후 잔인한 죽음을 당한다) 그렇게 지구를 외계인으로부터 구하는 두 명의 영웅담은 시작한다. 정말 획기적인 아이템이 돋보이는 <맨 인 블랙> 1편은 더 이상 외계인은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주위에는 외계인이지만, 지구에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군대에 복귀해서도 지울 수 없는 생각이어씀)
그러한 충격(?)이 잊혀질 즈음, 그들이 5년 만에 돌아온다. 여전히 검은 안경, 검은 양복, 검은 구두, 검은색 자동차.. 로 무장했지만, 그들에게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여유가 있었다. 전편에서는 새내기 요원을 가르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이젠 모두가 베테랑이다.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그 화려한 경력과 평생의 업(業)은 기억력을 억지로 지우려 해도 지워질 수 없는가 보다.
1편에서 지나온 시간이 대충 5년이 지났나 보다. (극중에서도..) 'K(토미 리 존스)‘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지구를 지켜온 'J (윌 스미스)’는 옛날이 그립기만 하다. 매번 바뀌어온 신참은 몇 달도 못 채우고, 다시 민간인으로 환원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25년 전의 복수를 위해 한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잠입한다. 그녀의 이름은 ‘셀리나 (라라 플린 보일)’. 셀리나는 손쉽게 MIB 본부를 접수하고, 은하계 전쟁을 준비한다. ‘J'는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스스로 기억을 지웠던 ’K'를 다시 찾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 않는 팀웍을 보이며, 지구를 다시 한번 구한다.
지구에 외계인이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고, 검은색 일색인 MIB 요원들.. 기억을 지우는 라이트, 등등 이젠, 뻔한 설정이 되어버렸지만, 그 속에 잠재되어 있는 특수효과와 볼거리 측면에서는 여전히 관객들을 놀래켜 줄 신무기들이 많다. 그리고 잠시나마, 'J‘에게 다가서는 개인적인 연정과 연예계 이름만 들으면 깜빡 넘어갈 스타들의 카메오 출연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리고, 그 만큼 기다려온 보람을 저버리지 않는 스타일의 영화 내내 보여주는 엔터테이너적 기질은 전편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다만, 너무 가벼워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아마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시계 또는 핸드폰을 쳐다 볼 엄두도 못낼 것이다. 88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요즘 극영화 러닝타임이 120분을 상회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 짧은 거 아닐까) 중, 한 순간이라도 놓친다면 최소한 5년을 기다려 온 보람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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