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관람하는 입장과 달리 수입 및 배급사에 입장에서 보면 저렴한 비용을 들여 많은 관객이 드는 영화를 가장 선호할 것입니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당연한 논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화려하고 그럴 듯한 포장지를 벗겼을 때 기대한 내용물과 다른 경험에서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애초부터 기대치가 낮은 상품에서 느끼는 것과 비교할 수 없기에 이번 영화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까칠한 그녀의 달콤한 연애 비법>... 참 좋은 영화 제목입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제목이죠... 영화를 보기 전예상은 미모의 여자이지만 성격등에 문제로 인해 사랑에 곤란을 겪지만 나름의 비결로 연애를 성공시키는 뭐... 그런 아기자기 코미디를 생각하게 합니다. 사랑이 충만한 이 가을,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영화제목인 것이죠.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영화의 실제 내용은 제목과 달라 적잖은 상실감을 선사합니다. 애초부터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내용과 다른 제목을 붙였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원제목 <cake>으로 2005년도 작품입니다. 최근 영화 개봉의 흐름에 편승한 늦깍이 개봉작품으로, 다소 늦었지만 아쉽게 관객과 만나지 못한 영화의 개봉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가령 <블랙>처럼 늦게 개봉했고 많은 관객들이 이미 관람했음에도 극장에서 놀라운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개봉한 작품이 모두 <블랙>처럼 관객들에게 따듯한 시선을 받은 것은 아닌 사례로 볼때 이 작품도 불안해 보입니다.
유명한 배우라고는 지금은 세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헤더 그레이엄'이나 국위 선양에 앞장서는 '산드라 오'를 제외하곤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배우하나 없는 영화이고 제목에 대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오랑성과 쉴 새 없이 웃음을 터트리는 코믹영화도,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어중간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헤더 그레이엄이 워낙 털털하고 자유분방하게 연기해서 가벼운 오락 영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사고를 가진 여행작가가 우연히 결혼 잡지사에 편집장이 되어 잃어버린 자아와 자신의 연애관을 회복하고 진실한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약간의 코믹과 남녀간의 연애시절 느끼는 갈등을 조금은 진지하게 여성의 관점에서 풀아가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도 cake이 별로 많이 등장하지 않아 원제목도 왜 Cake인지 이유를 모르겠기에 굳이 원제목을 상영 제목으로 할 수 없는 고충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까칠하지도 , 달콤하지도 , 연애 비법도 없는 영화에 이런 제목을 붙여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영화 제목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 영화를 수입해 흥행을 위해서 좋은 제목을 붙여야 하셨겠지만 적어도 관람 후 속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영화의 제목을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클릭 한번으로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요즘 관객을 극장으로 모이게 하려면 관객들에게 극장에서의 즐거운 추억과 감동을 주어야 하는 이때, 이렇게 내용과 제목이 다른 영화로 안타까운 느낌을 준다면 예전 영화가 뒤늦게 개봉하면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좋은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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