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꼼수, 그럼에도 충분히 즐길만하다...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결혼식 하객들의 축하 메시지를 담은 가정용 홈비디오 화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니깐 누군가의 행복한 결혼식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결혼식이 누구의 결혼식이란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곧이어 시드니(밀라 요보비치)와 클리프(스티브 잔) 커플이 캠코더를 들고는 하와이에서 신혼여행을 보내는 모습으로 이동한다.(당연하게도 관객은 이 둘이 처음 화면에 등장한 결혼식 장면의 주인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커플은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험한 트레일을 탐험하던 도중 오하우 섬에서 한 신혼부부가 커플 살인마에게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불안해하는 이들 앞으로 두 커플이 접근해 온다. 닉(티모시 올리펀트)과 지나(키일리 산체즈) 커플, 그리고 케일(크리스 헴스워스)과 클레오(말리 쉘튼) 커플. 과연 어느 커플이 잔인한 살인마인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같은 추리 소설은 서평을 쓰기가 상당히 어려운 소설로 알려져 있다. 왜냐면 글을 써내려 가는, 즉 얘기하는 화자가 바로 범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셜록 홈즈가 주인공인 소설에서 와트슨 박사가 범인인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라면 스포일러를 어떤 식으로 피할 것인지가 글의 주된 목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으로만 보면 영화 <퍼펙트 겟어웨이>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커플은 오하우 섬에서의 커플 살인사건 소식을 듣자 매우 불안해하며, 우연히 촬영된 살인마 커플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확인하고는 둘의 불안함은 더욱 증폭된다. 보는 관객은 당연하게도 이들 커플이 닉과 지나 커플에 대한 불신으로 불안함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의 특성상 얼굴에 ‘나는 악당’이라고 쓰여 있는 케일과 클레오 커플은 처음부터 관객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떡밥 정도로 치부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여러 차원에서 여러 가지 결말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반전이 있다고 홍보하는 영화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데이빗 트오히 감독의 캐스팅은 상당히 절묘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한 없이 여린 것 같은 시드니 역에 여전사 이미지가 강한 밀라 요보비치를 캐스팅한 것이나, 반대로 <다이하드 4.0> 등 여러 영화에서 주로 광기에 쌓인 악역을 맡았던 티모시 올리펀트를 다른 커플의 일원으로 캐스팅한 것은 관객의 이러 저러한 예측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하는 장치로 적극 활용된다. 과연 밀라 요보비치나 티모시 올리펀트는 기존 이미지로 활용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
아무튼 지나가 우연히 캠코더에 담긴 화면을 보는 순간 반전이 드러나면서 숨겨진 살인마는 그 광기를 드러낸다. 그런데 결론을 알고 나서 앞선 과정을 살펴보면, 관객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인 꼼수를 여기저기서 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살인마 스스로가 살인마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는 건 당연하지만, <퍼펙트 겟어웨이>에서의 위장은 그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도 그렇지만, 대체로 화자가 범인인 소설이나 영화인 경우 이런 식의 꼼수들이 지적되고는 한다. 그래서 현재는 명작으로 추앙받고 있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도 처음 출간됐을 때는 독자를 속인 것이라며 호된 비판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다만 출판물과 영상물의 차이 때문인지 영상물의 경우 그 꼼수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명백한 꼼수를 지적할 순 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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