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엔 뭔가 상쾌한 음식이 먹고 싶다. 가령, 바닥이 비치는 유리그릇에 오이를 잘게 채썰어 넣은 뒤, 깨끗한 생수를 살며시 붓고,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린 오이냉국은, 장마의 끕끕함을 상큼하게 떨쳐버릴 수 있는 기분청정음식이 된다. 하지만, 하지만…오이냉국이 시원하지않다면?
Surprise를 보면서 난, 내내 미지근한 오이냉국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이요원과 신하균의 레몬 같은 연기에 미소지었다면, 작은 해프닝 같은 반전과 틀에 박힌 내용구성은 ‘내가 지금 TV 드라마(베스트셀러극장)를 극장에서 보고 있는 것일까?’ 라는 느낌마저 갖게 했다.
요즘 관객들은 왠만한 공포영화도 비웃음으로 커버하고, 멜로영화의 감동이 머리 위에서 핵폭탄 메가급으로 터지지 않는한, 눈물 한방울도 매정하리 제공하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반복되는 구성 및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구성은 오이냉국을 먹고나서도 느낄 수 없는 개운함이 아닐까…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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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2002, Surprise)
제작사 : (주)씨네2000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