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영화 포스터에 아이의 사진이 전면에 나오는 영화들이 보기전 예상과는 다르게 느낌이 좋고 의외의 수확을 얻는 작품들이 많다. 솔직히 영화 여행자는 크게 눈에 들어 오는 작품도 아니였고 감독 우니 르콩트란 낯선 이름 보다는 이창동 제작.설경구.고아성이 먼저 시선을 붙잡았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은 평범하거나 그이하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기대감없이정작 굼금했던 것은 제목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만이 있었다. 여행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을때 이창동 감독은 왜 하필이면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에 외국 감독이래? 제작비를 아끼려고 그러시나 ~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일이지만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영화를 보기 얼마 전에야 우니 르콩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란 것과 감독 자신이 우리와 똑같은 피가 흐르는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화 포스터와 위 사진에서 환한 미소와 초롱 초롱한 눈망울이 먼저 시선을 끄는 진희 ~ 아빠에게 나도 소주 딱 한잔만 달라고 말할줄도 알고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로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멋드러지게 부르며 해맑게 웃던 얼굴이 기억난다. 하지만 진희의 미소는 처음 그 순간 잠시 보일뿐 그 이후 부터는 스크린 속에서 좀처럼 웃는 모습이나 미소는 찾아 보기 힘들다. 영화에는 분명 설경구가 진희의 아빠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저 사람이 설경구겠지 짐작만 될뿐 아주 가까이 얼굴이 클로즈업 되거나 자세히 비춰지지 않는다. 힘겨워 지친 뒷모습과 간간히 드러나는 상체 정도~ 감독의 의도 인지는 모르지만 자식을 보육원에 떠맡기는 죄책감 때문인지 애써 카메라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사랑하는 자식을 그런곳에 두고 발길을 돌리는 부모 마음이야 오죽 할까? 모든 일에는 이유란 것이 존재하고 그만큼의 고통이 따르게 된다.버린 사람과 남겨진 사람중 누구의 고통이 더 큰지나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다. 마음에서 움직이는건 벼려진 쪽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당사자가 아니라면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일지 모른다.
낯선 환경 낯선 아이들 한번도 집을 떠나 생활해 본적도 없고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들이 하루 아침에 소녀에게 일어 난다. 나를 사랑해 주던 아빠가 사주신 옷이 아니면 입기도 싫고 어떤 맛있는 음식도 허기를 채우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린다. 버림 받은 것이 아니라 아주 잠깐 여기에 머무르면 곧 아빠가 오실거라는 한가지 희망뿐 그것이 현재 진희에게는 전부였는 모른다. 그 믿음 마져 깨진다면 어린 소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느껴지겠지 ... 같이 사는 보육원의 아이들은 매일 밤 모여서 화투패의 운을 본다. 한 아이가 입양되어 가면 그뒤를 이어 또다른 아이가 이어 간다.아이들이 진희가 오던날 화투패를 보면서 그런 얘기를 한다.손님이 오네 ~ 진희는 손님이 아니야 이제는 식구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진희의 모습이 기억 난다. 그때만 해도 진희는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에 열중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곳에서의 가장큰 희망은 새로운 부모를 만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유일한 탈출구 그것이 아니였을까? 언제나 영원히 함께 할것 같았던 아빠 그리고 보육원의 친구들 만남과 이별을 겪게되고 난생 처음 포기라는 것을 배우는 지도 모른다. 또 기억에 나는 장면 진희가 피를 뽑으며 간호사에게 이런 말을 한다. 바늘 찌를때 말해 달라고 약속을 당부한다. 하지만 간호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무말없이 바늘을 팔에 찌른다. 어른들은 참 약속이란 것을 우습게 생각하는 존재인가? 지키지도 못할 말을 무책임하게 내 뱉고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살아 가니까 ....어린 진희는 과연 어떤 생각에 빠졌을지 궁금하다.
아이들은 어른들 보다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인지 아니면 포기가 빠른건지 사실 어느때는 이해하기 힘들다. 목숨을 끊는 다는 생각은 참 쉬운듯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고 죽을 용기로 살아 간다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겠지 ... 진희는 절망의 끝에서 자신이 살길이 뭔지 마지막 희망은 무엇인지 어느 순간 깨우쳤는지 모른다.진심이건 가식이건 중요치 않다.잃었던 미소를 서서히 찾고 삶에 대한 애착 그리고 세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어른들 과의 약속은 부질없는 것이란걸 깨달은 것인지 세상과 적절하게 타협을 시도 하는건지 모르지만 분명한건 이미 예전의 진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개인적으로 처음에 진희가 아빠 앞에서 부르던 당신은 모르실꺼야와 나중에 보육원을 떠나기전 부르던 당신은 모르실꺼야를 잊을수 없다. 같은 노래인데 어찌나 느낌이 다르고 애절 하던지 진희의 마음을 금방 알아 차릴수 있었고 복받쳐 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얻고야 말았다.
가난하던 우리 70년대 가슴 아픈 현실이 고스란히 영화속에 베어있다.여행자의 뜻이 정말 궁금하기도했는데 참 마음이 짠하다. 생각지도 않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흑속의 진주같은 눈이 부신 영화다. 고아성을 필두로 아역 배우들 참 티없이 맑고 꾸밈없는 연기 보기 좋았고 여행자를 보신 관객 대부분이 공감 하겠지만 진희 역에 김새론 연기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종종연기력을 여러 곳에서 보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낯설게 느껴졌던 우니 르콩트 감독 대단 하다는말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앞으로 선전을 기원 합니다. 여행자가 개봉을 하려면 앞으로 1달은 지나야 겠지만 정말 잘됬으면 하는 바램이다.이번이 최초 시사회니까 개봉전 여러번의 시사회가 더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때는 꼭 놓치지 마시고 보시길 권하고 내가 아무리 좋다고 얘기해도 선택은 관객의 몫이지만 좋은 영화들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게 아쉽다.개봉관을 몇개나 잡을지 얼마나 선전해 줄지 괜실히 걱정이 앞서지만 기원해 본다 적어도 10만 정도만 보아 주길 ... 너무나 잔잔한 영화 이고 평범한 영화지만 보고난 후의 느낌은 전혀 잔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동행인이자 여행자 입니다. 세상 극복하기 힘든 일은 아마 없을거라 생각되고 남은 시간까지 후회없고 즐거운 여행자 되시길 빕니다. 요즘 나름 기대작들에 실망이 컷는데 이런 영화들이 있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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