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악마인 아이.... ★★★
※ 스포일러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오펀 : 천사의 비밀>은 공포 장르보다는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더 많은 영화다. 그 매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느냐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네 관점에선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도, 세 번째 아기를 유산했다는 이유로 고통스러워하다 막내보다 나이 많은 아이를 입양한다는 게 선뜻 와 닿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케이트(베라 파미가)와 존(피터 사스가드) 부부가 입양한 9살 소녀 에스터(이사벨 펄먼)는 고전풍의 옷과 목과 팔목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 고집하는 모습이 의아하긴 해도 소녀의 영민함은 그런 단점을 극복하고도 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에스터가 온 뒤로 아이들은 무엇인가에 두려워하고, 케이트는 에스터에게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과연 에스터의 정체는 무엇인가?
굳이 <오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쨌거나 악령이 깃든 아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스러운 면이 있다. 또는 아이들 그 자체의 괴물성 역시 충분히 공포스럽다. 아직은 사회화가 덜 된 아이들이 훨씬 더 잔인스러울 수 있음은 영화, 소설 등 여러 문학 장르에서 주요한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오펀>의 초반부 역시 악령에 깃든 아이 내지는 아이들의 악마적 본성을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충분한 공포나 재미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아이의 악마성은 그 아이의 선함과 함께 제기될 때, 관람자에게 공포와 재미를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선과 악의 이중성은 공포와 재미를 보증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펀>은 에스터의 선한 모습을 단 0%도 보여주질 않는다. 처음 에스터가 소개될 때에도 에스터의 선함 때문에 케이트와 존이 입양을 결심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녀의 영민함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가 초반부를 넘어서면서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장감은 헐거워진다. 물론 에스터가 기본적으로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아이의 선함을 배제했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에스터의 이중성이 부재한 가운데 악마성만 부각되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에스터가 수녀를 죽이거나, 같은 반 애를 미끄럼틀에서 밀거나, 또는 동생이 탄 차를 움직여 교통사고를 내는 등의 장면들에선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특히 에스터가 그린 그림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도 ‘헉’할 정도로 놀라움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스터역을 맡은 이사벨 펄먼의 표정 연기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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