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영화로 알고 봤기 때문에 <레이>같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충실히 재현해놓은 영화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세세한 재현에는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코코 샤넬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빌어와 한 여자의 홀로서기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홀로서기보다는 '자기스타일을 고수하기' 정도가 더 정확하겠네요.
박찬욱 감독님의 <박찬욱의 몽타주>에 보면 그런 대목이 있습니다.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도 오직 개성."
한 초라한 소녀를 세계적 디자이너로 만든것도 오직 개성. 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남과다른 나의 스타일.
남자와의 관계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독특한 자기스타일을 고수하는 부분들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평범한 여자의 모습에서, 후반부의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한 샤넬의 모습으로 너무 급격하게 넘어가버려서 감동이 반감되기는 하지만, 픽션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때문에 그렇게 크게 문제 삼을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방점을 찍은 곳도 성공신화는 아닌것 같구요.
영화 중간중간에 사람들에 둘러싸여 홀로 우뚝 서있는 코코 샤넬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주제와 관련지어져서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다들 중세시대에서 못 벗어난듯한 과장된 옷을 입고 있는데, 샤넬 혼자 모던한 기성복을 입고 있는 장면들.
패션디자인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장면들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뭔가 기존의 옷과 다른 옷을 만드는 샤넬의 모습은 어떤 쾌감을 주기도 합니다. 조금 이상한 비유이겠지만, 맥가이버가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어 낼 때와 비슷한, 제이슨 본이 주위 사물로 능수능란하게 적을 제압할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ㅋ 당대 여성들의 복장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들은 미소를 자아내기도 하구요. 마치 혼자 미래에서 온 사람같이 보이거든요.
너저분하게 늘어놓기 바쁜 전기영화 보다는, 주제를 위해 선택된 소재들에 집중하는,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전기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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