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처음에 영화 제목을 보고 이 영화가 무슨 판타지 영화인줄 알았다. 부제는 왜 달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천사의 비밀'은 뭐냐 -_-+
사이코란 도대체 뭘 보고 사이코라고 할까? 마치 '사이코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려는 듯, 사이코의 심리상태를 상세하게 들려주는 듯한, 심리물의 바이블 같은 영화가 또 한 편 나왔다. 그것도 Orphan(고아)라는 소재를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비범한 세계에서 어찌보면 있을 법도 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람들의 정신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약간은 심미감마저 들게 만든 영화라 할 수 있겠다.
표면상으로는 일종의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도 엿볼 수 있다. '레옹'의 마틸다가 청순한 천사의 매력이라면, '오펀'의 에스터는 악마적 매력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루는 부분은 표면적인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아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감독은 보기좋게 뒤통수를 친다. (뭐 그리 임팩트가 강한 편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는 그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초중반에서는 비교적 주인공의 억눌린 욕망만큼이나 엽기적이지 못하여, 가끔씩 연기력만큼의 긴장감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루즈함을 감당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릇이 배우들의 연기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나 할까? 간혹 장황하게 설명이 길다. 이런 몇몇 장면들만 빼면 10점 만점에 9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음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뒤로 가서 나름 뻥 터뜨려주는 재주가 있으니 걱정마시라, 이점에서 거의 모든 부분들은 눈감아 줄만하다. 이건 아마도 미국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기존 사회 어른들의 보수적 시각으로 볼 때도, 다소 불편하고, 충격적일 수도 있는 소재들이기에, 좀 더 청중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려는 듯한 감독의 배려 아닌 배려, 혹은 몸사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허우적거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것을 주인공의 연기력은 다 커버하고도 남는다 하겠지만..)
특히나 엄마가 어떤 질병에 대하여 검색을 하는 장면부터는 기존 영화들이 보여 주던 긴박감을 떨구는 장면들이 몇 번 등장하는데, 이는 필요 이상의 친절함일 것이다. 이도 아니면 영화 속 부모들이 (나쁘게 표현하면) 멍청해도 지나치게 멍청하다고나 해야 할까? - 왜 그들은 항상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대화를 해야만 할까? 왜 그렇게도 모르는 걸까? 물론 가장 멍청한 건 아는 척은 무지 하셨으나, 아무것도 못 맞추신 '심리상담사' 되시겠다.
2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9살(?)짜리 욕망에 사로잡힌 괴물에게서 거의 눈을 떼기 어려웠다. 영화가 스펙타클하고 다이나믹해서라기 보다는 주인공의 연기력이 뛰어나서였다. 근래에 보기 드문 심리물을 잘 소화해 낸 참 특이한 매력 덩어리고. 뭐니뭐니해도 차가운 표정과 미소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자외선으로 비취진 그림을 바라보는 장면, 거사(?)를 치른 뒤 콜라를 마시고 돌아오는 장면, 이어지는 폭력과, 외마디 아빠~~~를 부르는 장면, 천연덕스러운 고백(?) 등은 카오스적인 사이코의 심리상태를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 그다지 어여쁜 캐릭터가 아님에도 도무지 설명하기 어렵고, 알 수 없는 요상한 매력이 있다.
더불어 그녀 못지않게 각각의 아이들의 연기력도 캐릭터에 걸맞게 인상 깊었다. 특히 막내 꼬맹이의 연기력은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 만큼이나 연기가 아닌 실제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고, 어린 아이들의 두려움과 직면하는 듯한 느낌과, 순수함을 눈 앞에서 목도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이에 비하면 어른들은 다소 멍청할 정도로 무디거나, 바보처럼 헤맨다고나 할까?)
도대체 욕망이란게 뭘까? 하긴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옥시토신으로....성과 사랑도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으로 설명되어지는 혼란한 시대에...도대체 뭐가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사이코가 느끼는 사랑과 분노와 외로움과 복합적인 감정들은 이런 것일지도 모르지...뭐랄까? 이 영화는 '무섭다' 라기 보다는 '더럽다'(?)가 조금 더 맞을지도..-.-;;
한 편으론 영화 '오멘'에서 느꼈던 기분 나쁨이 전해지는 영화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히치콕의 '사이코'나 흥미롭게 봤던 '더 셀', '미저리' '쳐키' 등이 오버랩 되거나, 생각날 것이다.
영화와는 별개로, 인터넷과 스크린 시대 요즘 아이들은 어째 갈수록 애들 답지가 않고, 주인공처럼 종종 괴물처럼 징그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설마 주인공같은 인간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영화에 너무 심취했나 보다. -.-;; )
PS: 대략 20여분 후반 마지막에 일종의 반전이 있는데, 이걸 말하면 안된다. 입이 근질근질거려 된장 -.-;;
사실 난 영화보다도 엔딩크래딧이 기억에 남는다...조금 불편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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