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종교적 행위와 많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종교를 믿고 행하는 사람들은 그 필요성을 알리기에 노력하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도를 전하려는 사람, 명동에서 하나님을 믿어야한다고 역설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그렇게 나뉘어지죠. 비지니스에서도 절대 피해야할 대화 내용 중 '종교'가 꼽힐 정도로 그 주제는 서로간의 입장차가 뚜렷하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불신지옥>은 어쩌면 큰 모험을 하고 있어 보입니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굳이 열거할 필요없는 이유들로 인해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선입견을 갖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불신지옥>은 종교를 믿어야 한다거나 특정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 믿고 있는 무속 신앙과 기독교 등에 대한 종교 그 자체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동생.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여 동생을 찾으려 하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그날의 이야기와 함께 관련된 사람들은 차례로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앞에 오히려 언니 희진(남상미)은 경찰에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지만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은 차라리 믿고 싶지 않은 추악한 인간의 욕망 그 자체입니다. 과연 동생은 어디로 사라진 것이고, 왜 사라져야 했을까요? 그 진실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공포 영화의 기본 공식을 따라 가면서도 기존 우리 공포영화의 잘못된 행보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 <불신지옥>의 큰 장점입니다. 갑작스런 등장, 놀래키는 큰 소리의 공포보다는 으시시한 배경과 음산한 기운을 통해 소름을 돋게 하고 뒷골이 서늘해 지는 느낌의 색다른 공포를 주려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좀 더 현실감있는, 말이 되지 않는 초자연현상이나 카메라 트릭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의 무서움을 이야기 하기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네요.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도 재미를 살리는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주연인 남상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 주고 있고, 그 뒤에는 막강 조연 3인방과 김보연이라는 배우의 힘이 뒷바침 합니다. 무속인으로 출연하여 살벌함을 보여준 만수보살(문희경), 옆집에 살며 인간의 이중적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 준 수수께끼 여인 수경(장영남), 전혀 비중이 없는 경비원으로만 생각했다가 범상치 않은 비중을 확인한 귀갑(이창직)은 잘된 영화에 꼭 등장하는 막강 조연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소름돋는 연기로 영화에 중심을 잡아주시는 김보연은 맹신도의 모습과 함께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두 얼굴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러가지면에서 기대 이상의 수확인 <불신지옥>은 재미, 공포, 메세지... 3가지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최근 공포 영화 중에서도 도드라진 작품이었고, 저의 섣부른 선입견에 대한 미안함마져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피가 낭자하고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공포가 아닌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우리들의 이야기인 <불신지옥>. 저의 잘못을 속죄의 의미로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이 영화의 매력을 알린다면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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