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히 시사회 개봉 전에도, 재미가 없을 꺼라는 소문이 먼저 돌았던 이 영화는 CG로 인해 많은 돈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티가 안난다는 평가까지 먼저 소문이 도는 바람에 관객들로 하여금 제대로 영화에 대한 기대심리를 저하시켰다. 그래서 였을까? 별 기대도 안했던 이 영화를 시사회를 통해 보고 나니 "괜찮네~"를 연발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CG에 대해 기대에 못미친다고 했을까? 어쩌면 사람들은 CG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근래에 개봉했던 트랜스포머처럼 CG가 섞인 것들은 다 멋있고 웅장해야 한다는 편견이 섞여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관객은 그런 부분에 CG가 섞여있었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런 화면을 보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의외로 스토리도 있고 사람들의 따뜻함도 담겨있었다. CG보다 그 사건 자체를 보게 만드는 힘이 바로 '해운대' 였다.
볼꺼리를 위한 CG를 제공하려면 이 영화는 초반부터 쓰나미가 해운대를 잠식하고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그 장면을 가까이에서 연출하면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쓰나미에 대한 경고를 관객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나머지 해저지진이 점점 해운대쪽으로 향하는 장면이 영화 전반을 채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그마까지 보일락말락했던 해저지진이 더 두려웠다. 원래 눈앞에 있는 것보다 앞으로의 일을 암시하는 모습들이 사람들에게 더 두려움을 심어주기 마련이니까. 동남아시아를 강타했던 과거의 그 쓰나미를 그새 잊고, 매년 찾아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하는 장마와 태풍의 미흡한 대비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쓰나미라는 무시무시한 자연의 힘을 가볍게 보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솔직히 무서워하는게 마땅하다. 짧은 장마에도 무너지는 둑이며, 건물이며...... 현실감 100%다.)
작년 5월쯤 해운대를 찾았다. 긴 백사장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있었다. 해운대 주변에는 고층호텔들과 식당들이 즐비했다. 평화롭고 한가로웠다. 바닷물은 흔히 말하는 에메랄드 빛깔이 햇빝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있었다. 가족과 연인들이 서로 밝게 웃고 있었다. 나에게 해운대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창 피서철에 사람들이 꽉찬 해운대를 항해 돌격하는 쓰나미는 공포 그 이상이었다. 내가 아는 지형물들이 당하는 광경은 헐리우드의 뽀대나는 CG들의 반란과는 다르게 나가왔다. 엄청나게 높은 파도, 고층 건물보다도 더 높은 쓰나미를 보며 도망가는 사람들이 나로 보였다. 왠지 나도 거기 어디에선가 도망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차라리 '쓰나미'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난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사실감이다. 그럴 법하다를 넘어 그럴 수 있다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거나 아예 그럴것이다라는 결론을 낼 수 있을 만큼. 단순히 물로 인한 희생이 아닌 물이 일으키는 2,3차적인 위협이 더 두려웠다. 다소 어설픈 엑스트라들의 연기가 아쉬웠지만, 없는 것을 마치 있는 것처럼 연기하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표현할 건 다 했다. 그것만으로도 공포는 충분했다. (이의제기거절. 난 원래 영화의 몰입도가 높음. 그건 나만의 재능임)
의외로 이 영화는 웃기다. 영화의 무거움을 고려한 탓인지 재미난 소재들을 섞어놓았다. 거의 몸으로 웃기는 부분이 대부분인데, 왠지 그 부분이 단순한 유머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아주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듯한 느낌이다. 워낙 배우도 뛰어났지만,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묘사해서 쓰나미의 공포가 더 현실감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속에서의 '쓰나미'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자연스러운 감정을 끌어내는 감독의 힘에 찬사를 보낸다.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기란 어지간히 쉬운 일은 아니니까.
게다가 이 영화는 슬프다. 주인공들이 '쓰나미'라는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존률이 너무 높지만(?) 너무 안죽어도 좀 이상하니까.... 사망자가 발생하긴 한다. 근데 꼭 죽지 않기를 바라던 애를 죽이더라. 어찌보면 수많은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감동적이지만 너무 당연해서 감동이 줄어들법한 연출인데, 왠지 영화속에서는 짠했다. 그는 너무 심하게 결의에 차지도 않았고, 헐리우드처럼 그 장면을 심하게 미화하지도 않았다. 조금 아쉬운듯하지만 덤덤함을 보이는 그의 표정이 왠지 더 리얼했던 건 왜일까. 내 마음대로 해석하자면 특유의 경상도 사나이 표정같아서가 아니였을까?
이 영화의 제일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결말이다. 쓰나미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줄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따위가 없다.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부분도 짧아서 아쉽다. 주인공을 드러내기위한 결말이었던 것 같은데 '쓰나미"를 겪은 후의 주인공들의 심리변화 묘사가 적어서 아쉽다. 영화의 전반부분은 쓰나미의 경고가 난무했는데, 그 후에는 쓰나미의 참사 후의 묘사보다 몇몇 죽은 배우들의 모습과 참사 후 해운대를 복구하는 몇몇의 농담이 전부다. 결말만 조금더 신경써줬어도 정말정말 괜찮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난 주변사람들에게 '해운대'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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