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독특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1951년 '지구 최후의 날' 의 리메이크 작이다. 마치 초신성이 막 새로운 별로 태어날때의 모습같은 외계 우주선의 모습은 신선했지만, 그 안에서 등장한 거대 로봇이 웬지 쌩뚱맞고 올드하다 싶었다. 원작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각색하긴 했지만, 이 로봇의 역할이 나름 크기 때문에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스포일러) 영화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짧고 간단하다. 이전에 있었던 몇몇 영화에서 주는 메세지처럼, 지구를 파괴하는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는 인간이라는 것. 별다른 미사여구와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옛날 외계인 클라투의 전신이 된 지구 인간의 형상을 빌어 1초에 3만km 라는 엄청난 속도로 다시 지구에 도착하고, 마치 사람들의 이목을 일부러 끄려는듯 뉴욕의 공원에 요란하게 착륙한다. 그 안에서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 생명체가 걸어나오는데,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지고, 뒤이어 엄청난 크기의 사람 형체의 로봇이 등장한다. 헬렌 박사는 시급히 이 인간 형체의 외계인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소로 향하고, 외계인을 치료하던 의사는 겉모습은 이상하지만, 그 외부를 감싸고 있던 지방질이 벗겨지자 인간의 형체를 한 생명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놀라워 한다. 깨어난 생명체는 인간의 말(미국말)도 할 줄 안다. 뜻모를 말만을 하는 외계인이 지구에 방문한 진짜 이유가 궁금한 대통령 직무대행 국방장관은 그를 심문하는데, 헬렌의 도움으로 외계인은 탈출에 성공하지만, 총에 맞은 상처가 덧난 외계인은 헬렌에게 도움을 청한다. 헬렌이 표본으로 가지고 있던 그 지방물질(외계인을 감싸고 있던)을 바른 외계인은 금새 상처가 낫고, 자신이 지구에 온 이유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인류문명을 파괴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그전에 지구의 대표를 만나 이런 지구 파괴 문제에 대해 심각히 논의 해보려했지만, 자신에게 적대적이기만 한 인류에게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외계인 클라투는 지구 파괴를 시작시킨다. 외계인을 보호하던 그 거대한 로봇으로 부터 모든 것을 갉아먹는 금속성 미세벌레(이것이 마치 메뚜기 같이 생긴 곤충 모형인데, 이는 아프리카에서 문제가 되는 메뚜기 떼를 연상시킨다. 아프리카의 메뚜기 때는 이상증식하여 거대한 무리를 이루고, 모든 것을 갉아 먹어 지역을 황폐화 시키는 곤충이다.)가 발생하고, 그것이 연구소로부터 나와서 뉴욕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과학기술이 차이가 현저히 나는 외계인을 미천한 지구인이 막을 수 없다. 헬렌은 외계인과 미묘한 교감을 느끼며, 감정적인 대화로써 설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방장관을 설득한 끝에 외계인과 대화를 하는 헬렌은 인간에게 기회를 달라며 호소하고, 헬렌 같은 사람들로 인해 인간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클라투는 파괴를 멈추고 지구를 떠난다.
숨막힐정도로 바쁘게 전개되는건 아니지만, 미사여구가 거의 없고 정말 단순한 스토리로 진행된다. 인간이 지구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생물이라는 전제는 이미 많이 인용되고 있는 명제인데, 영화속에서는, 이런 인류에게 경종을 울리며, 극단적으로 외계인이 나타나서 인류를 모두 제거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헬렌의 말처럼, 인간 스스로 변하려는 움직임이 없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개발도상국들은 전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보호 보다는, 자기 국가의 발전에 우선권을 두고 있다. 그중 현시점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국가는 중국이라 하겠다. 개발도상국들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잘살게 된 선진국들처럼, 그들에게도 잘살 권리는 있다. 또한, 이미 잘살게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과 후진국들을 착취하며 그들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게 사실이다. 선진국들이 과거에 그러했듯이,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화석연료를 태워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은 형평성의 논리에 어긋난다. 그러나,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전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을 만큼의 수준까지 이미 올라와 있다. 어제 뉴스에 보니, 과거에는 꽃향기가 1.5km 정도까지 퍼졌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자동차 매연등으로 인해 꽃향기가 채 2~3백미터 밖에 퍼지질 못한다고 한다.
영화로써의 재미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미국인들의 SF적 상상력중 하나인 이 영화는, 드라마와 스릴러, 코미디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데, 1951년 작품보다는 세련되어진 CG 효과와, 단순 명료하게 메세지를 전달해 나가는 간단한 스토리 진행. 재미 보다는 그 메세지에 귀를 기울여 감상해보자.
P.S. 키아누리브스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중, 머리를 기르고 덥수룩하게 나오는 영화는 대부분 흥행참패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스마트하게 나온 영화들이 성공했다더니, 이 영화에서도 마치 그런 징크스처럼, 스마트한 짧은 머리에, 그 스마트함을 강조하기라도 하듯이, 검은색 정장에 얇은 검은색 넥타이를 하고 나온다.(심문중 심문자의 옷을 뺏어 입은것) 1951년 원작을 구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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