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한지 며칠이 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은 점수를 주셨네요.
저도 그 점수에 혹해서 또 며칠 전의 우연한 경험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 분들 대다수가 좋다고 하는 영화에 대한 혹평을 쓰면 이지매를 당할 수도 있겠지만 ^^
그냥 다른 칼라를 가진 한 사람의 느낌 정도로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2주 전 폭우가 계속되던 그 며칠 중 전국의 5대 도시를 돌아야하는 출장이 잡혔습니다.
청주/대전/전주/광주/부산/대구로 이어지는 출장이었는데...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비와 함께 무척 두려운 여행길이 되었지요
사실 전주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비도 피했고 달릴만 했지요.
문제는 광주에서 담양을 거쳐 부산에서 1박을 해야하는데
광주를 넘어 담양을 가는 동안 정말 엄청난 비와 물을 만났습니다.
운전하며 슬쩍슬쩍 보면 도로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내' 가 그렇게 무섭기는 처음이었지요.
불어난 물이 그 양도 양이지만 그 움직이는 속도가 정말 엄청났고
나무와 나무가...
때로는 나무와 돌이 부딪치며 내는 그 쩍쩍 소리가 워낙 대단 했습니다.
때로는 불어난 물의 양 때문에 도로 바로 밑의 나무 꼭대기까지 물이 차 흐르는 곳도
있었고 그렇게 비를 뚫고 찾아간 부산은 더욱이 참담했습니다.
제가 도착한 날이 바로 최대의 폭우가 내린 그날의 늦은 오후였습니다.
저는 다행히 큰 비는 피했지만 도심 주변 곳곳이 흘러 내린 토사의 흔적과
여전히 도로로 넘쳐드는 물 때문에 아수라장이었지요.
참담했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온 부산이었기에 늦은 밤 다대포에서 회 한 사라를 먹고
차를 몰아 광안리를 찾았지요
그런데 그런 광안리의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광안리 해변 일대가 물에 차, 모래사장 입구 보도블럭 4~5미터 앞까지도 물이 밀려오더군요.
해수욕장 일대가 그런 상황임에 거닐거나 풍경을 감상할 분위기도 못되어...
여전한 미련으로 다시금 차를 몰아 해운대를 찾았습니다.
해운대는 좀 났더군요. 파도만 빼면 말이죠...
마치 한겨울의 동해안을 연상시킬 정도의 무시무시한 파도만 빼면 그래도 해운대는 아름다웠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그렇게 최근의 해운대와 부산을 보고 난 후,
어떻게 그려졌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에 찾게 되었지요.
헌데 영화가 시작되면서 줄곧 느끼게 되었던 감상은
소재가 주는 참신함이나 재난 영화가 주는 서서히 조여오는 듯한 공포보다는
과거, 어디선가 봐왔던 풍경과 분위기가 연속되고 스토리 역시 너무 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회상씬의 작은 고깃배와 연출된 분위기는 마치 조지클루니가 주연한 '퍼펙트스톰'의 그것과 흡사했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의 마지막 모습은 왠지 '가디언' 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게 했으나
죽음을 앞둔 이의 그 비장감만은 이전 영화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사실 배우들보다는 감독의 시선과 설정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이혼한 엄마와 아빠, 아이의 관계는 너무 상투적이었고...
엘레베이터에서 죽어야 했을 엄마가 뜬금없이 등장한 "뚫어 뻥" 아저씨한테 구출되는 장면은
너무 억지 스러웠으며...
무수히 떨어지는 콘테이너 더미 속에서 죽음을 마치 장난 처럼 피해가던 그 후배 동춘역의 인권
씨 또한 그 역활이 재난 영화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설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설경구씨가 떠내려가는 그 물의 속도 역시 전문적인 어부가 버티지 못해 떠내려가 죽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듯 했습니다.
하여 자칭 영화를 좋아하고 특히 재난영화 많이 보신다는 광팬들에게는 다소 몰입하기 부족하지
않을까합니다.
마지막으로 CG는 나름 괜찮았습니다만 등장씬이 좀 부족했던 듯 싶습니다.
정말 제대로 몰려오는 2번째 쓰나미의 역동적인 모습은 잠시뿐이고 그 처참한 결과만 보여준
부분은 예산 문제 아니었을까 하는 쓴 웃음을 짓게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배우와 캐릭터, 재난 영화의 공포 포인트가 무엇인가 감독이 조금 더 진지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무척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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