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지 마세요 저도 사람입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하나.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 대사는 기억하지 않을까?
기대 이상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었지만 가감없이 현실을 잘 그려낸 영화였다.
이주노동자들과 새터민이 낯선 땅에 와서 겪는 사건들과 느끼는 감정들은 마치 관객인 나에게 향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휴대폰이라는 물건을 새로 장만한 것, 같은 곳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 눈물나게 반가운 것, 발을 디디기만 하면 편할 것만 같은 곳인데 모르는 것 투성이에 고생만 겪어서 느끼는 절망감, 출신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 섞인 태도로 대하는 야속한 한국인들...
홀대하고 제때 월급조차 주지 않는 고용주에게 억울함은 쌓였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여자친구를 만나겠다는 기대 하나만으로 찾은 한국땅에서 베트남 청년은 "때리지 마세요 저도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가장 처음, 그리고 유일하게 배운다. 안녕하세요도 아니고... 하필이면 왜. 이 대사가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이 영화가 현실적이면서도 마음 아팠던 또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고전적인 스토리 구성-주인공이 억울하게 고생해도 결국은 좋은 일 생기는-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세지가 더 강력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냥 기분 좋게 끝났다면 새터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과연 있었을까. 아마 조금만 지나면 여느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잊혀지는 존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가 소홀히 생각했던 존재를 가까이 다가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에
그들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냉대를 반성하게끔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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