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냄새 팡팡 풍기는 헐리우드 영화.
<블룸형제 사기단>
제목에서 팡팡 풍기는 냄새는 역시나 <스팅> <오션스일레븐> 같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관객들을 깜빡 속이는 그런 영화? 라고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블룸형제 사기단>은 아쉽게도 그런 상상의 영화는 아니다. 관객들을 속이는 트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영화들 처럼 그것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그런류는 아니다. 그것 보다는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캐릭터 영화에 가깝다.
사기꾼 두 형제와 말없는 일본 동업자. 그리고 거기에 목표물로 끼어드는 갑부 상속녀, 이렇게 4명이 서로 제각각의 캐릭터를 뽐내는 영화다. <블룸형제 사기단>이 아니라 네명의 극중 이름인 <스티븐, 블룸, 뱅뱅 그리고 페넬로페> 이렇게 제목을 붙여도 무방할만한 그런 캐릭터 영화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캐릭터는 갑부상속녀인 페넬로퍼다. 만약 생뚱맞은 배우가 이 캐릭터를 맡아서 망쳐놨다면 영화 전체가 엉망이 될 수 도 있는 중요한 캐릭터 인데 레이첼 와이즈는 <블룸형제사기단>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가장 빛나게 연기 한다. 그외 세명의 배우들도 이 영화가 캐릭터 영화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 로케로 진행되서 그럴 수 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면 유럽 영화 냄새가 많이 난다. 이야기 진행도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극적인 상황이나 강렬한 장면들을 자제하고 농담으로 나오는 대사들도 모두가 유럽식 유모에 가깝다. 그래서 이 영화가 초반에 거론했던 <스팅>이나 <오션스> 시리즈 같은 마지막 반전으로 관객을 깜빡 속이는 그런 사기영화를 상상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는 거품빠진 맥주 같은 영화가 될 수 도 있다.
어찌됐건 <블룸형제 사기단>은 오리지날 헐리우드 상업영화의 탈을 쓰면서, 영화가 끝나도 확실하게 어떻게 끝난 것인지 좀 애매한 부분들이 실망스럽긴 하지만, 사기영화가 아닌 캐릭터 영화로 본다면 나름대로 심심하지 않은 영화다. 어느 고급스러운 유럽 영화를 즐기시는 분이 봐도 충분히 즐길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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