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꽤나 재미있었지만,
캐릭터가 선명해지는 곡선에는 한계가 드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언주의 짜증나는 성격은 강조를 지나치게 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반복이 되었지만
훨씬 더 복잡한 과거와 내공이 쌓였을 석희에게 들인 시간은 너무나도 짧아
그녀의 폭발적인 클라이막스가 있었을 때 동정과 공감 보다는 일차원적인 이해밖에 할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이것이 어찌보면 한국영화, 아니다. 현시점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우리들(풉)의 한계인지 모르겠다.
내용면에서나 캐릭터면에서나 극의 비중은 석희에게 더 가 있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정유미'라는 스타에게 치우쳐져 버리는 바람에 영화가 갖었어야 할 팽팽한 실은 할머니의 고무줄 팬티처럼 늘어나져 버렸다.
그럼으로 인하여, 일상적인 삶이 반복되어 짐으로써 (차라리 지루할정도로까지) 극명하게 보여진 언주의 성격에 비해
석희에게는 그녀가 어떠한 내적인 고통.갈등.고독을 갖고 이 극을 이끌어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고, 또 너무나도 토막을 내어버려 이어지지가 않았다.
배우가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너무 짧으면, 배우가 자신을 드러낼 기회가 없어 캐릭터가 불분명해지는 반면,
또한 그 시간이 너무 길어도, 극자체의 무게/긴장감을 해쳐버리게 된다.
그것을 조정하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다. 그것을 어찌 좀 잘해봐야겠는데... 크으- 어렵다.
잔잔한 영화는 느려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듯 애잔하게 보여주려하는 장면들이 많아 지루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두 여자가 각각 품은 열정을 침묵의 리듬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의 스타일이라 치지뭐 ㅋ
작품자체를 놓고 보았을때, 문학성이 보이고, 배우들의 연기력면에서나 영상미면에서나 질 좋은 영화를 보여줬음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영화에 관객이 많이 들어야 한국영화계도 더 발전할텐데 말입니다.. 쿠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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