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향한 그녀의 도전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세계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그만큼의 실력이 필요하다.
원작인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블러드 라스트 뱀파이어'를 원작으로 한 동명 타이틀 영화는 배우인 전지현이 주인공을 맡았고 전 세계 큰 히트작인 '와호장룡'과 '영웅'을 제작한 빌 콩이 제작했으며 중국, 아르헨티나에서 촬영한 블럭 버스터라는 기대로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워낙 유명한 원작이기도 하고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세계 시장을 향한 첫 도전 작품이기에 어떤 작품일까 하는 궁금증과 그녀가 잘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큰 작품이었죠.
원작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과 달리 무척이나 어두운 색감을 주로 사용하여 음침함과 두려움을 배경으로 깔고 있으며 인물들도 예쁘게 그리기 보다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등장인물들을 보면 뱀파이어가 위장한 인간인지 아니면 진짜 인간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기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자신의 출생이나 배경을 숨긴 채 정부가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뱀파이어를 찾아가 처리하는 사야가 할로윈 데이 즈음하여 군부대 속 학교와 주변 마담으로 변장하여 인간들을 해치고 있던 괴물과의 사투가 주된 내용인데요... 짧게만 느껴지는 무지 무지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으로 시종일관 화난 듯 무표정한 사야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고 긴박감과 연출력이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안보신 분은 오시이 마모루 대표작인 공각기동대와 함께 이 작품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이런 훌륭한 원작을 기초로 하여 탄생한 이번 영화는 원작에 없는 내용과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극적 재미를 위해 큰 스케일과 CG등의 화려한 화면 연출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에 대해선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심오한 철학이나 작품성을 따라 하거나 화면에 옮기기는 불가능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요 인물과 몇가지 에피소드를 가지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원작의 느낌을 살린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막대한 자본을 들였다는 CG와 와이어 액션으로 가득찬 B급 호러물 수준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우선 등장인물부터 보자면 원작 정부 요원은 백인과 흑인 그리고 나이도 차이가 있어 노련함과 미숙한 그런 구도이지만 영화에선 정부 요원 두명의 캐릭터는 원작과 많이 달르고 설정도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군 부대에 있는 학교에 장군과 딸... 거기에 그 딸을 시셈하던 무리들의 존재는 원작에도 없는 것이지만 사실 꼭 원작에 있어야 하는 캐릭터는 아니라서 이해하고 보았지요... 그러나 끝까지 사야가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을 보고 후반부 왜 그녀가 그리도 살려야 하는지 중요한 이유가 나올 줄 알았지만 그녀의 인물 설정은 이해가 좀 안갑니다. 거기에 애니메이션 후 추가 작품이 더 나왔다는데 거기에 나오는 설정인지, 벰파이어의 수장 오니겐과의 대결도 끝까지 참고 본 관객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줍니다.
수많은 뱀파이어와의 대결에선 등급을 낮추려함인지 지나친 장면은 자체 검열을 고맙게도 해 주셨지만 와이어 액션의 수준이나 뱀파이어로 변한 괴물과의 대결을 보여주는 CG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더군요. 등장 인물 중 한명도 아는 배우가 없을 정도로 비용을 절약해서 그 많은 돈을 어디다 부었는지 궁금해 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 영화를 보러 간 이유가 영화보다는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성장했을지 ... 그리고 그녀가 세계 시장에 진출을 노린다는 작품이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전지현이란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애니콜 CF 이후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서 관객들은 매우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의 큰 성공을 제외하고 매 작품마다 그녀의 연기는 논란이 되고 있지요. 정우성, 이정재, 이성재... 소위 잘생기고 잘나가는 배우들이 그녀와 같은 작품을 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고 심지어 '너는 내운명'으로 남우 주연상을 받은 황정민마저 그녀와의 작품을 극장에서 보기위해선 남다른 순발력이 필요로 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1년만에 작품에서 만났지만 ... 연기에 대해선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부족함과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큰 키에 긴 팔로 줄에 매달려 고군분투 노력한 흔적... 빗 속에 달리고 매달려 몸부림치는 액션등에선 그녀의 열정을 볼 수 있었고 세계를 진출하기 위해서 모국어가 아닌 말을 그리도 훌륭하게 (몇 단어는 우리 발음 흔적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은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도 배우는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외모로 아름다움을 주는 순간이 아닌, 배우는 시간이 지나서도 그 배우가 준 감동을 떠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김해숙씨나 김혜자씨의 연기를 보면서 돋는 소름을 그녀에게 기대하기는 무리이겠지만 이젠 신인도 아닌 그녀가 아직 이정도 수준의 연기로 세계 시장을 도전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무표정하게 괴물과 싸우는 장면에서가 아닌 자신 때문에 죽었던 첫 사랑을 환상으로나마 만나게 된 장면이나 오니겐과의 비밀을 알고 그녀와의 대결 후 울부짓는 모습에서 진정으로 연기가 필요한 것임에도 그녀는 아직은 미숙한 연기를 보입니다. 영화의 작품성이나 부족해 보이는 액션이라도 그녀의 연기가 주는 내공만으로도 관객들은 이번 작품을 찾아 갈 것입니다. 이제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살아갈 길은 분명해 보입니다.
진정으로 배우가 되려고 하면 외국말을 훈련하기 전에 연기력에 확신을 줄 수 있는 연기의 내공을 키워주세요. 롭 마샬이라는 대단한 감독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월드 스타 김윤진도 '게이샤의 추억' 제의를 받고 거절할 정도의 국민감정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하진 않겠습니다. 일본 여학생 복장으로 나와도 그것이 작품에 꼭 필요하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배우가 외국에 진출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아직 젊고 시간이 많기에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된 그녀의 새로운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그날 저는 기꺼이 그녀의 달라진 연기를 보기 위해 저는 극장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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