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달린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어눌하고 언밸런스한 감이 느껴진다.
가장 '느린' 거북이가, '달린다'란 표현을 쓰다니.
뭔가 그런 거북이가 달린다라고 할 때부터, 그럴만한 집요한 이유가 생겼다는 생각부터 들지 않을까?
영화에서 '거북이'는 정직 형사 '조필성'이다.
충북 예산에서 느릿느릿 소일거리처럼 형사일을 하고 있는 강력1반 '조필성'과 대부분의 경찰들.
그들에게 중요한 일은 범죄소탕도 아닌, 지역발전을 위한 소싸움 대회뿐.
그런 그에게 집요한 탈주범 잡기의 '계기'가 되는 것은 바로 소싸움배팅으로 번 '돈'과 '가족'.
그것이 모토인 것은 영화 끝까지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느릿느릿한 그에게, 관객들이 납득할만한 사연과 동기를 차근차근
'조필성'이라는 인물과 그 주위 상황을 그리면서, 관객은 점점 탈주범 잡기의 '조필성'형사에게
동조하기 시작한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잡고 싶기도 하고.
같은 배우의 전작 '추격자'에서 탈주범 지영민은 꼭 잡아야했고 우리도 잡고 싶었다.
이번 '거북이 달린다'에서 탈주범 송기태는 처음에는 형사인 그들조차도 그냥 가든말듯한 인물이었지만,
점점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를 꼭 잡게되야 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비리비리해보이는 '송기태'를
그냥 그렇게 생각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우리의 불쌍한 '조필성'의 돈도 뺏고, 손가락도 자르고 하는
그를 볼수록 "저 놈, 잡아야겄네~" 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나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 꼭 봐야짓! 보단 김윤석이 나오니까 믿음이 가고 볼만은 하겠다 싶은 영화였다.
딱 그대로였다. 거북이 '조필성'역의 김윤석씨는 충북 예산에서 살다시피해서 그 지방의 사투리를
몸에 착 달라붙은듯 익혔고, 역할과 연기 모두 그 자체의 생활연기인듯한 '거북이'를 연기함으로써
처음엔 별 시큰둥하던 관객들에게 모든 감정이입을 하게만드는 영화의 중심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소싸움이 중요한건 영화의 후반 조필성 vs 송기태의 싸움판이
바로 소싸움장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조필성은 48연승의 소 '태풍'이 아닌 '곰'에게 돈을 걸어 1800만원을 벌었다.
물론 그 돈을 송기태에게 빼앗기긴 하지만, 그렇게 '조필성'은 '곰'을 믿었다.
영화 후반, 마치 탈주범 '송기태'는 48연승의 소 '태풍'이었고,
조필성에게 돈을 벌어준 '곰'은 마치 '조필성'과도 같았다.
타고난 싸움꾼 '태풍=송기태' vs 느릿하지만 우직한 '곰=조필성'.
소싸움판에서 우직한 '곰'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겼듯이,
그 둘의 대결에서도 누가 이길지는 일찍이 보였던 것이다.
'조필성'의 감(感)과 집요함이 '곰'에게서 통했고, 송기태에게로 통했다.
영화의 메시지가 딱히 있거나 스토리 구성이 재밌거나 하진 않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보다보면 훈훈한 감정을 느끼면서 극장을 나올수 있는 약간의 사람냄새나는
오락영화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같이 본 관객들의 반응을 미루어 봤을 때, 전연령대를 아울러
편하게 즐겁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개인감상 별정 : ★★★ (거북이 '조필성'의 역할은 영화의 중심이다. 그 이외에는 남는게 없어 조금 아쉬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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