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렉산더>(Alexander, 2004)는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의 작품으로 알렉산더가 아버지 필립포스 2세의 죽음으로 왕위에 오른 20세부터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페르시아, 인디아까지 정복한 후에 25살에는 당시 알려져있는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33살의 나이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13년간의 동방원정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라 불리는 짧은 기간에 대제국을 이뤄낸 영웅으로서의 알렉산더가 아니라 감추어진 이면의 삶에 대해 보여준다. 감독은 알렉산더를 신화와 전설의 영역에서 벗어난 인간으로서 그리고자 하였으며, 그가 왜 대제국을 건설할 꿈을 갖게 되었는가, 그의 왜곡된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알렉산더(콜린 패럴)는 B.C 356년 마케도니아에서 필립포스 2세(발 킬머)와 그의 부인 올림피아(안젤리나 졸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고집스러운 전쟁영웅인 아버지와 아들을 통해 정치적 야망을 이루려는 어머니 그리고 왕권계승을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비뚤어진 인격이 형성되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어린 시절부터 특별히 개인교수로 초청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그리스 신화에 심취하고 모든 지혜와 학문을 접하면서 거대한 포부를 키워 나갔다. 그러나 알렉산더와 그의 스승 사이에는 분명한 견해의 차이가 존재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인이 아닌 모든 피정복자들은 노예처럼 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알렉산더는 정복자와 피정복자 모두가 서로 동맹을 맺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스무 살 무렵 부왕인 필립포스가 암살되고, 알렉산더는 아버지의 암살배후에 어머니 올림피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고뇌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엔 왕위를 이어받게 된다.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페르시아를 정복하게 된다. 그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페르시아를 정복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야심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 ‘세계 제패’였으며, 다시 말하면 모든 미개한 국가에게 문명을 전파하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알렉산더는 이후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13년간의 동방원정에 나가게 되었다. 페르시아를 거쳐, 서아시아 지역, 이집트, 인도에 이르기까지 지나는 곳마다, 그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세우고 민족 동화 정책을 펼쳤다. 이렇게 단한차례의 패배없이 그에게 항거하는 국가들이 없도록 만들었으며, 복속하지 않는 모든 종족을 격파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알렉산더가 이끄는 군대는 인디아에서 멈추게 된다. 더 이상의 정복원정은 무의미하다며 부하들은 알렉산더의 명령을 거부하였고, 결국 알렉산더는 원정을 멈추고, 바빌로니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바빌로니아로 귀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헤파이션(자레드 레토)의 죽음을 겪고 , 알렉산더는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방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33세 라는 젊은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알렉산더를 중심인물로 한 이 영화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비교하자면 우선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라거나, 영화적 각색으로 인해 변형되거나 추가되어 역사 왜곡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을 항상 이야기하며 강해지기를 요구하고, 가르쳤던 아버지 필립포스 2세와 아들을 통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는 어머니 올림피아의 사이에서 왜곡된 인격의 형성을 겪어온 알렉산더는 양성애 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어릴 적부터 레슬링을 같이하며, 체력단련을 해온 친구 헤파이션과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알렉산더는 헤파이션과 자신의 관계를 아킬레스와 그의 친구 페트로클로스에 자주 비유하곤 한다. 알렉산더는 항상 자신의 뜻을 존중하고, 지지해준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를 전 인생에 걸친 동반자로서 생각하고 있었으며, 의지하였고 위안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라인이 등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영화 <알렉산더>를 퀴어 포르노 영화 등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실제 영화에는 알렉산더와 헤파이션 간에는 플라토닉 류의 정신적, 감정적 교류만이 나타날 뿐이다.
다음으로 영화 초반에 알렉산더의 어린 시절, 부왕은 아들을 신화의 내용이 벽화로 그려진 동굴에 데려가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이 장면에서 필립포스는 아들에게 오이디푸스 신화, 헤라클레스 신화와 통치자가 되었을 때 명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여기에서 하늘 말들은 알렉산더의 생애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주고 암시한다. 알렉산더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품안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제우스이며 디오니소스 신의 가호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어떠한 수단을 쓰고서라도 아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부담으로 다가오며 증오로 변화한다. 또한 이것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맞물려 그의 안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형성한다. 그런데 필립포스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신화의 내용의 결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눈을 찔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이자 아내는 자살을 하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딸이자 의붓동생인 안티고네와 유랑의 길을 떠난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영화상의 필립포스의 말에 의하면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의 아내이자 어머니는 아들과 사이에서 난 두 자식을 죽이고 자살을 했으며,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찌르고, 새로 얻은 젊은 아내와 함께 떠났다라고 나온다.
다음으로 알렉산더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살펴보면, 영화와 실제 역사상의 기록과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렉산더는 실제 역사적 기록상으로 원정길에서 얻었던 원인이 불문명한 열병으로 죽었다. 이것은 말라리아와 간염이 원인이었다고도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친구들이 건넨 술을 마시고 쓰러지고, 열에 시달린 것으로 보아, 측근들이 술에 독을 넣어 독살을 하려 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것은 영화 말미에 프톨레미(안소니 홉킨스)의 “사실은 우리가 알렉산더를 죽인거야. 무언의 합의였지. 왜냐하면 우리는 더 이상 알렉산더를 따를 수가 없었어. 그의 끝없는 야망을 쫓아가다가는 우리도 언젠가 버려질거라는 생각을 했어” 라는 말은 그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 기록에 근거해 비교할 때 사실이 아니다. 영화에서는 측근들이 알렉산더가 사망한 뒤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싸우기 시작하여, 왕국은 그의 측근들에 의해 4개(그리스, 서아시아, 동아시아, 이집트)로 분열되어 전쟁을 벌이게 되었는데, 이것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감독의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거의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하면서, 반면에 뭔가 빠진 듯하게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리고 알렉산더를 기존 영웅이나 신화에서 벗어나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으로서의 알렉산더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서 끊임없이 전진을 강요하는 독재자의 모습과, 자신을 짓누르는 정신적 압박 때문에 자신의 삶을 황폐화시킨 알렉산더의 모습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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