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마을에서 동화처럼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결코 맛볼 수 없는, 아몬드와 코코아 향기그윽하고 혀에 닿자마자 녹아버릴것 같은 초코렛들의 구경도 진기했다. (특히 고기와 새우 요리에 초코렛을 부어먹는 아만드 할머니의 생일파티 전경은 고통스러우리만큼 침샘을 자극시키더군.)
하지만 삼키고 나면 아쉬운 초코렛 마냥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심정도 가져왔던 기대에 비해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영화 포스터 반을 차지하던 조니 뎁의특별한 비중에 특별한 연기를 보고 싶었던 나로써는, 그저 멋있게만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다시 나타나는 그가 그저 불만스러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두 눈을 뜨고 영화에 집중해서 보았지만, 비엔(줄리엣 비노쉬)이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유품이었을 법한 낡은 골동품의 정체는 알 수가 없었다. 중요한 순간에 깨어지고 또 마지막에 와서는 그 속에 들어있는 가루들을 날려보내면서 무언지 모를 중요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 내가 바보가 아닐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난 저것이 코코아 분말일까? 아님 또다른 재료일까? 심지어 저것이 화장(火葬)한 어머니의 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던 의문의 소재였다.
또 항상 시장한테 닥달당하는 <어둠 속의 댄서> 제프 역의 세르지(피터 스토메어)의 존재감은 후반부에 이르러 진짜 시장 말 곧이곧대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편협하고 보수적이던 시장마저도 변하게 만드는 초코렛은 왜 그에게는 하등의 평온을 가져다주지 못한 건지...
초코렛처럼 달콤한 음악과 항상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던 유머 감각은 분명 남달라 보이지만, 글쎄... 왜 이게 아카데미 다섯 개 부분이나 노미네이트 되었는지 나로서는 매우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