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가정을 만든 후 가족의 구성원인 가장은 경제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가장의 가치는 경제적인 버팀목을 줄 수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지금도 그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그래서 가장의 임무를 다 하지 못했을 경우 그 때부터 가장은 가장이 아니라 그냥 가족에서 피해를 주는 가족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냥 부담만 주는 존재로 하락하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오늘도 가장은 달리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종종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것이 성공하면 가장으로서의 권위 (요새 이런 권위도 사라지고 있지만)는 물론 집에서 밥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아니면 밥은 커녕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런 적나라한 현실 기반위에서 낭만적인 결과를 담은 영화가 ‘거북이 달린다’이다. 충남 예산의 강력계 형사인 시골형사 조필성은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그 이름과 다르게 실패의 연속이었고 우리가 아는 그저 그런 경찰이다. 뒷돈을 스스럼없이 받고 그 답례로 보답을 의해 상대 경쟁업체의 사장을 불법 혐의로 잡아 가두고 친구를 통해 함정수사를 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찰인 셈이다. 그의 이런 형사로선 부적절한 외도의 뒷편엔 가족이 있었다. 만화가게를 운영하는 5살 연상의 아내와 두 딸로 구성된 그의 가족은 그에겐 행복을 전달해주기 보단 부담거리이자 책임진 가족이다. 이들을 위해 그는 무리수만 계속 두고 있었고 그들에게서 조금이라도 가장으로서의 호칭들을 듣기 위해 그는 사회성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봉이라는 경찰 생활은 그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엔 너무 부족했다. 그의 부패로도 메꾸기 힘들었던 가정에 대한 책임은 더욱 큰 무리수만 요구했고 급기야 아내의 돈을 훔쳐서 소싸움에 돈을 거는 행위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모습은 남자들이 짊어지는 가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인정 받기 힘든 가장의 굴레는 욕 먹을 바엔 차라리 모험을 걸 수밖에 없는 가장의 슬픈 자화상이 담겨 있다. 설사 성공했어도 그 다음엔 그런 굴레가 사라지지도 않을 남자의 운명. 남자란 이름이 담고 있는 그늘의 그 어떤 하나임을 슬프게 형상화했다. 영화의 사건은 단순하다. 소싸움에서 횡재한 돈을 전국에서 유명한 탈주범이 갖고 도망갔는데 그 과정에서 조필성 형사는 탈주범이자 강도인 송기태에게 두들겨 맞고 빼앗긴 것이다. 이 정도면 형사의 자질까지 의심스런 상황으로 몰린다. 형편 없는 가장에 형편없는 강력계 형사. 이게 조필성이다. 이런 그가 ‘거북이’란 비유로 무능력이 암시된다면 ‘달린다’란 동사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을 상징힌다. 무능하지만 포기하면 안되는 그는 그래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란 억압에 허덕여서 어쩔 수 없이 발버둥치는 가장이란 굴레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경찰이 아닌 지역 사회의 양아치들로 구성된 동료들과 함께 탈주범을 쫓는다. 그런 과정에서 어리숙한 일처리와 황당한 사건의 연속, 그런 과정에서 보이는 속물들의 특성들은 여지없이 소개된다. 그 누구 하나 똑똑하게 일처리하게 없는 탈주범을 쫓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거침없는 비판이 날선체 드러나 있다. 경찰이지만 자기 동료가 아닌 경우 그들은 타자보다 더 한 타자가 됐고 서로간의 공명심으로 수사 방해까지에 이르른다. 이것 역시 조필성만 집안의 가장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 역시 탈주범을 자기가 단독으로나 혹은 자기 팀에서 잡아야 가장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기에 그들 역시 탐욕스러운 행동을 하긴 마찬가지다. 이 모습에서 또 다시 가장들의 비애가 여과없이 표현되어 있다. 영화에서 가장 현명하고 똑똑하고 멋있어 보인 탈주범은 그가 왜 그런 범죄를 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붙잡혀야 할 뿐이다. 영화에서 추측이 가능한 것처럼 그는 어리숙한 경찰에게 멋지게 잡혔고 그 공로에 대한 여과는 그는 물론 그의 가족들도 함께 누렸다. 분명 해피 엔딩이었지만 극장을 나올 때 봤던 엄청난 비처럼 씁쓸했다. 현실적으로 탈주범은 멋지게 일을 완성하고 중국으로 도피했을 것이니까. 그래서 영화는 그 결말과 다르게 슬펐다. 가장의 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사실 없다. 굳이 하자면 경제가 활황이어야 하는 정도? 그러나 지금은 경제 위기의 시대이다. 아버지와 남편으로 불리는 가장은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말못할 고민과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의 웃음을 위해 위험에 찬 모험을 할 것이다. 그냥 평범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가장의 모습을 ‘거북이’란 단어로 표현한 것에 대해 적절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어떤 비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식의 가정이라면 구조조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부연하자면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과연이란 찬사가 나올 법 하다. 올 말 그들의 수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