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속 끔찍한 살인자... ★★★
악어는 크게 앨리게이터(Alligator)와 크로커다일(Crocodile)의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아메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게 앨리게이터이고 호주나 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게 크로커다일이다. 느낌으로는 앨리게이터가 크로커다일보다 더 무섭고 더 포악한 것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악어가 나오는 영화로 <앨리게이터>만한 공포를 준 영화가 없으며, 반대로 크로커다일은 <크로커다일 던디>처럼 코믹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반대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중 6위에 꼽힌다는(참고로 1위는 한 해 2백만명의 사람을 죽이는 모기라고 한다) 크로커다일은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정확히 맞물리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물리면 그냥 잘린다고 한다. -,-;; (앨리게이터는 아랫니가 윗니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 크기도 앨리게이터가 3~6m인데 반해, 크로커다일은 7~10m로 더 크다.
영화 <로그>의 주인공은 바로 그 위험하다는 크로커다일이다. 장소는 악어의 최대 서식지인 호주의 한 밀림. 케이트(라다 미첼)는 태어난 이후 단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나지 않은 채 관광 가이드를 하며 먹고 산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밀림과 악어 구경을 위해 떠나는 케이트와 피트(마이클 바탄) 등 관광객들. 조용하게 진행되던 관광에 동네 청년들이 끼어들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사람들이 가지 않는 상류 쪽에서 조명탄이 보이고, 구조를 위해 케이트는 관광객들을 이끌고 상류 쪽으로 움직인다. 조명탄이 발사된 곳에 도착한 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해 화가 난 거대한 악어(크로커다일)의 공격을 받게 된다.
<28일후...>나 <디센트> 등 뛰어난 공포, 호러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도 악어와 인간의 대결이 아니라 죽음의 위협 앞에 노출된 인간과 인간의 대립이다. 배가 뒤집힌 관광객들이 일단 피한 곳은 바로 감조하천. 즉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강의 수위가 변하는 하천의 조그만 섬(?)이다. 낮에는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땅이 생기지만, 밤이 되면 물속으로 잠기는 곳으로 대피한 케이트와 관광객들은 섬이 물에 잠기기 전에 수면 속 악어를 피해 강 건너로 도망가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대립이 발생하고 충돌하며, 영화에서 가장 긴장되고 재밌는 장면이 연출된다. 특히 밧줄에 매달려 탈출하는 과정에서 살고 싶다는 인간적 욕망 또는 이기심으로 모든 걸 무위로 돌려놓게 되는 남성의 활약상(?)은 흥미롭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악어가 주인공인 공포 영화면서 악어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에서야 보여주는 불친절함을 과시한다. 심지어 영화 중반까지는 악어의 모습은커녕 악어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영화 속 인물들이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인물 중 한 명이 사라지고, 물에 이는 잔잔한 파문만 보여줄 뿐이다. 피도 보이질 않는다. 이는 불친절하긴 하지만 서서히 공포의 수위를 높여 간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한 방식이다. 물론 제작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고.
공포 영화는 극장에서 다수의 사람들(소리를 질러대는 여성들이 포함된)과 함께 보는 것이 제일 좋다는 건 확실하다. 화면의 크기도 그렇지만 공포 영화에서 음향 효과를 빼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5.1채널, 6.1채널 홈시어터를 구축해도 분위기와 기분 때문인지 극장에서의 음향 효과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출연 배우 중 그나마 알려진 배우가 라다 미첼 정도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로그>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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