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나라촌평 : '매란방'에 이어 곧바로 찾아온 다른 중국의 영웅 이야기..
중국에서 무술이란 건 단지 하나의 신체 단련 수단이 아니라,
결국에는 정신적 수련으로까지 귀결된다..
이렇기 때문에 각자의 무술은 정신을 표상하며,
동시에 이것들을 하나로 모아 국가의 정신을 표상한다..
그리고 위의 문구가 가지고 있을 의미를 알 수 있다면,
이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방향은 한 순간에 명확해질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무술의 경지에 이른 고수에게 당시 시대는,,
수련을 통한 정신적 수양만을 할 수 있도록 좌시해주지 않았다..
이 영화 속에서 엽문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그는 무술의 본산이라 불리워지는 불산에서도,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성도 훌륭하다..
말 그대로 영화 속 그는 흠 잡기 어려운, 위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관객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전반부 에피소드들이다..
이 시기의 영화의 내용은 약간은 시시콜콜한 에피소드에 가까워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는 보기가 좋았다..
특히나 견자단의 멋진 무술 실력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이연걸과 창검술 액션을 펼쳤던 '영웅'을 떠올려보라;;)
그의 화려한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최근 중국영화의 트랜드 편집을 통하며..
순식간의 영화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후반부에는 단순한 몇 줄의 자막으로 세월을 뛰어넘어,
제국주의 일본의 침입을 받게 된 불산을 배경으로 한,,
영웅 엽문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시점부터 이 영화는 이연걸 주연의 '무인 곽원갑'과 유사하다..
(엽문이 젊은 곽원갑보다 더 겸손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지만;;)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몸에 밴 겸손함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보이지 못하던 주인공이,,
국가적 위상 회복을 위한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는 이야기 전개는,,
두 영화가 정말 유사한 내러티브 전개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대적 양상에 주목하지 않았던 '무인 곽원갑'에 비해,
이 영화는 민족주의적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한 설정들이 많다..
물론, 그 시기 일본의 무자비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필요 이상으로 주인공의 영웅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우울하게 보여주던 설정은 솔직히 별로였다..
중국이 일본에 의해 피해를 받은 건 명확한데..
그 시기를 기억해가기 위한 방법으로,
어려운 시기를 의롭게 극복한 영웅을 등장시켜,
그들의 행적을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고,,
무엇보다도 감정을 자극한다는 설정은 별로였다..
중간 부분, 단지 위의 것들을 자극하기 위해 삽인된 에피소드들은,
그냥 들어내어 졌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와의 대련에서 진 후 마적이 되어버린 누구의 에피소드;;)
이 영화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그 호불호가 나누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CG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은 쌩(生) 액션의 쾌감을,
기대할 관객이라면 분명히 일정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드라마적 감동을 찾고 싶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보여진 작위적 설정의 감동 코드가,,
조금은 불편하게 보여질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후속편까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던데,
이 영화의 말미에서 그의 인생을 몇 줄로 줄여버렸으면서,,
무슨 속편을 만든다는 것일까?
약간의 소재 발전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기획력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영춘권을 훌륭히 소화하는 견자단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Copy Rights, 매니악's 적나라촌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