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는데 팜플랫을 보고나니 괜시리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조승우의 친근한 느낌의 실같은 눈 웃음이 좋았고, 대사는 많지 않지만 할 말 다하는 이나영의 캐릭터에 정감이 가는 영화. 말끔한 물빛의 포스터 만큼이나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30대 이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어쨋든 나는 20대이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즐길 수 있었다.
고작 ID만으로 존재감이 인식되는 사이버 공간, 그 곳을 무대로 이 작품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Who Are You, 그리고 Who Am I - 우리들의 자아정체성 찾기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사이버 공간에도 분명 그 나름대로의 진실과 진정함은 존재한다. 그곳에서의 '나'가 현실에서의 나와 완전히 다를 수 없으며 어떠한 모습이든 여러가지 내 자아의 모습 중 일부라는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에 맞추어 인식의 주체도 변하고 다양해지는 세상을 무조건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은 점이 이 영화의 멋드러진 부분이다. 지금도 변하고 있는 이 세상이 비관적이기만 하다면 굳이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에에라- ! 이것저것 따져보기도 귀찮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조승우가 기타 라이브를 들려주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 노래 부를 때의 조승우의 애타는 듯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쩜 선곡도 고로코롬 잘 할 수가 있는건지. 작품 속에 흐르는 풋풋한 느낌의 노래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흐르게 하는 영화 「후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