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다. 입천장이 아릴 정도로.. ★★★
민규동 감독의 모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그는 참 맛있게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전작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웃음 포인트를 잘 집어내는 걸 보면, 코미디적 감각도 충분한 것 같고, 두 영화에 모두 나오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시선도 너무 무겁지도, 너무 예민하지도 않은, 그저 살아가는 하나의 모습으로 인정하는 듯하다.
케이크 같은 단 것만 먹으면 토하는 돈 많은 집안의 2세 진혁(주지훈)은 여자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케이크 가게를 오픈한다. 물론, 케이크 가게를 오픈하는 다른 이유 하나가 영화의 중반부까지 숨겨져 있다. 이 케이크 가게에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마성의 게이이자 천재 파티셰 선우(김재욱)가 들어오고, 음식 배달을 하던 기범(유아인)과 진혁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보디가드 수영(최지호)까지 멋드러진 젊은 남자 네 명이 앤티크로 모여든다. 멋진 네 남자가 힘을 합치면서 가게는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선우의 프랑스 유학 시절 애인이었던 장 바티스트(앤디 질레)는 선우를 다시 프랑스로 데려가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한편, 유년기의 고통스런 기억에 시달리는 진혁은 그 악몽의 근원을 찾기 위한 싸움을 계속 한다.
진혁이 케이크를 먹지 못하면서도 케이크 가게를 차린 건 바로 어린 시절 당한 유괴와 그로 인한 악몽을 씻어 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진혁만이 아니라 <앤티크>에 모인 네 명의 남자는 모두 자신만의 아픔과 애환을 간직하고 있다. 선우는 고등학교 시절 진혁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호모 새끼, 죽어버려!”라는 모멸에 찬 바람을 맞아야 했고, 한 때 잘 나가던 권투선수였던 기범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어머니가 가정주부라는 이유로 나이 어린 진혁을 ‘도련님’으로 부르며 조선시대 하인처럼 모셔야 하는 수영까지를 포함해서.
그러니깐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앤티크는 아픈 과거가 있는 네 명의 남자가 아픔을 걷어 내고 성장하는 일종의 판타지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그런데 <앤티크>에서 다루는 아픔, 고통, 상처는 그 크기에 비해 매우 가볍게, 터치하듯 다루어진다. 물론, 이것을 이 영화의 단점으로 지목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주된 소재가 달고 화려한 케이크라고 한다면, 이 영화의 가벼움은 영화를 대표하는 특징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내용을 보자면 굳이 왜 네 명의 멋진 남성을 모아 놨는지는 사실 좀 의문이다. 그러니깐 진혁의 아픔이 그 근원과 치유의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데 반해, 다른 세 명의 그것은 그저 나열하듯 전시해 놓고는 진혁의 치유와 함께 자연스럽게 넘어가버린다. 굳이 이런 영화에서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하느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 아마 이 영화처럼 남성이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는 한국 영화는 보기 힘들 것이다. 근데 아무래도 이성애자인 남성의 눈에 남성 동성애는 좀 낯설고, 아마 그 반대도 성립이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당시에 여기저기에서 동인녀라든가 야오이족에 대한 얘기들이 떠돌기도 했다) 내 주위의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결국 그 여성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보고 나니 <앤티크>가 여성들의 눈을 만족시키기 위한 영화인 건 확실하다. 마성의 게이 선우의 캐릭터가 특히 그러하다. 마성의 게이 선우가 섹시한 춤을 출 때, 영화 속 남성들은 환호를 보내지만 그 섹시한 춤이 노리는 건 영화 속 남성들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여성들의 환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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