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세지 그리고 시나리오가 정말 잘 맞아 떨어진 최근 작품 중 손에 꼽을 만한 영화.
대주교를 살해 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다 우연한 사고로 소년을 죽게 한 레이(콜린 페럴)는 동료인 켄(브랜단 클리스)과 함께 브루지로 가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도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 레이와는 달리 켄은 관광을 하면서 시간을 즐기죠. 하지만 보스 헤리(랄프 파인즈)의 전화를 통해 전달받은 임무는 그 세 사람의 운명을 뒤 흔들어 놓게 됩니다.
콜린 패럴, 랄프 파인즈가 나오는 영화라는 단순한 이유와 예고편에서 본 웃음을 주는 몇몇 장면 때문에 큰 기대없이 보러 간 작품이었습니다.
원제목 'In Bruges'를 우리 제목으로 '킬러들의 도시'로 바꾸었다는 점도 내용을 미리 예상하기 어려웠고 한편으로는 '킬러'라는 단어를 통해 흥행을 기대한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도 있었죠.
물론 킬러들이 등장은 하지만 총격전이 난무하고 잔인한 살인에 관한 영화가 아닌 단지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름다운 고풍스런 도시에서 겪게 되는 몇일간의 상황은 '이건 뭐지?'하는 약간의
기대를 갖게 했고, 거의 만담 수준에 대화는 웃기는 상황이 아닌데도 웃음을 주는
미묘한 매력마져 안겨 주었습니다.
거기에 조연들의 뚜렷한 개성은 주인공과 얽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치밀한 전개는 정말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중반까지 클레식 소품과 같은 피아노와 현악이 편안하게 울리다가 주인공들이 사건에 휘말리고 클라이막스로 달려갈 때는 강렬한 비트에 빠른 음악이 장면과 잘 어울러 지며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 기대감은 극에 달합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면 앞서 나열한 것들에 대한 만족과 함께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의 삶이란 무엇이고 인간성을 되돌아 보는 시간과 함께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였습니다.
대사는 하나 하나가 의미있고 위트있으며 나중에 벌어질 사건을 암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귀를 즐겁게 해주고,
벨기에의 중세품 아름다운 도시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부분은 눈을 즐겁게 해 주며 ,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알고 난 뒤 가슴이 차분해지며 지나온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원제목이 주는 애매함처럼 관객은 왜 제목이 'In Bruges'일까? 그리고 왜 하필 브루지로 도망치라는 임무가 내려졌을까? 와 같은 궁금증을 풀어 보려고 노력합니다. 친절하게도 감독은 그 해답을 중반 이후에 알려 주면서 영화는 단순한 오락영화만이 아닌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각인시킵니다.
불이 켜지고 밖으로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그 메세지를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동화속 세상같은 곳인 브루지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곳은 그저 시궁창같은
도시일 뿐인 것처럼, 사람을 죽여 돈을 버는 시궁창 같은 삶을 사는 킬러일지라도 변할 수 있고 변하기만하면 삶은 아름답게 바뀔 수 있다는 메세지가 아닐까하는...
이전과는 달리 '찌질이 킬러'의 모습으로 담백한 연기를 보여주는 '콜린 파렐'과 차갑고 냉혹한 보스의 전형을 보여 주는 '랄프 파인즈'의 연기 대결도 볼만 했고
말장난처럼 오가는 대화 속에 녹아있는 유머와 그들이 뿜어내는 사실적인 총격씬에서는 삶과 인생을 돌아 보게 된 '킬러들의 도시'는 제게 그 어떤 영화보다도 즐겁고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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