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미루어뒀던 이 영화를 서둘러 보게 되었다.
일본 영화의 강점은 뭔가 밋밋하고 심심한 듯 하면서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주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속에서 타성에 젖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아주 사소한 행위에서 뜻밖의 삶의 철학을 발견하는 그런 기쁨 같은 것이다.
굿바이 이 영화 역시 우리에게 납관의식을 통해 새삼스레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납관의식은 다름이 아니라 입관하기 전 염습을 하는 절차로서, 먼저 죽은 이를 천으로 가린 후 깨끗이 정성스레 몸을 닦고, 수의를 곱게 입힌 후, 아주 곱게 화장을 시킨다. 납관사의 이러한 정성스런 납관과정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라는 강한 소망이 생겼다.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다 갑작스런 오케스트라의 해체로 백수가 된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엄마가 물려준 고향의 집으로 돌아와 일을 찾다 아주 우연찮게 납관 일을 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다 기피하는 일이라 순간 망설이며 갈등하지만 정성스레 죽은 이들을 배웅하는 납관절차를 통해 이승에서의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라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이 죽은 이와 또 죽음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무한한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고 이 일을 천직으로 받아 들인다.
나 역시 죽음은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런 것으로만 인식해왔던 나에게 죽음이 죽은 이에겐 새로운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라는 것에 참으로 큰 위안을 받았다. 그래서 납관사는 곱게 수의를 입히고 예쁘게 화장을 시켜 그들을 배웅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후 아버지 얼굴조차 기억 못하던 다이고는 죽어서 돌아 온 아버지 소식을 듣고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직접 아버지의 납관식을 거행하며 아버지와 화해한다. 이처럼 납관의식은 죽은 이와 산자를 화해시키는 연결고리가 된다. 산자는 죽은 이의 납관의식을 지켜보며 죽은 이를 애도하고, 차마 끊지 못하는 이승에서의 인연을 정리하며, 그렇게 조금씩 이별할 수 있도록 맘에 안식을 준다.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떠나는 길은 그가 살아온 삶을 대변하기에 더더욱 중요하다. 삶은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한다. 납관의식은 바로 이러한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일이다.
예전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말했던 모리교수님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이처럼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준비할 때, 우리는 죽은 이들을 슬프지만 기쁘게 배웅 할 수 있을 것이다.
|